[최송희 기자] 놀랍도록 착실한 성장이다. 미미한 등장인가 싶었는데 이윽고 묵직하게 존재감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착실함은 KBS2 ‘학교2013’을 지나 ‘최고다 이순신’으로 차근차근 착실하게 완성되고 있다.
최근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 종영 후 한경닷컴w스타뉴스와 만난 배우 이지훈은 ‘학교2013’보다는 조금 더 담담하고,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그에게 “사진 촬영이 이전보다 더 자연스러워졌네요”하고 인사를 건네자 “이제야 카메라 울렁증에서 벗어났거든요”라며 천진하게 웃었다. 과연 매일,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소년’이 아닐 수 없었다.
◆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정말이지 ‘놀라운’ 일의 연속이었다. 드라마 ‘학교2013’ 인터뷰 당시, 동명이인인 가수 겸 배우 이지훈과 만나고 싶다며 눈을 반짝이던 이지훈은 불과 몇 개월 만에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을 통해 그와 조우하게 됐다. 과거 인터뷰를 언급하자 이지훈은 이지훈과 “정말로 친형제 같은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스케줄이 없는 날은 일주일에 3번도 만나곤 했어요. 지훈이 형은 어딜 가더라도 좋은 자리다 싶으면 항상 절 불러주세요. 저도 그렇고요. (웃음) 다들 동명이인이라서 불편하지 않느냐고 묻던데, 오히려 반대에요. 전 동명이인이라서 행복하거든요. 항상 형이 있었으면 했었는데 친형 같이 챙겨주시니 더 없이 감사하고 좋죠.”
동명이인. 그가 언급했듯 불편하고 어려운 존재일 수 있지만 선배 이지훈과의 호흡은 그저 좋았다고 했다. 게다가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의 동명이인 특집에 함께 출연해 주목을 받기까지 했으니. 이지훈의 말마따나 ‘동명이인’이라서 ‘행복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확실히 대세 프로그램이라 그런지 파급 효과가 웬만한 드라마보다 크더라고요. 팬클럽 수가 천 명이 넘게 늘었어요. 더 신기한 건 포털사이트 순위에 오랫동안 제 이름이 올랐던 거예요. 이틀이나 머물러 있다니. 진짜 놀랐죠.”
신인 배우다운 순진한 반응이다. 일일이 하나하나 따져가며 다양한 표정을 짓던 그는 ‘맘마미아’ 소개팅녀의 언급에 손까지 내젓는 순진무구한 모습을 보였다. “방송 끝나고 연락해본 적 있어요?”하고 물었더니 “전혀요”라며 “번호도 모르고요”라며 나름 단호한 대답을 내놓았다.
“많은 분들이 내가 그 분과 사귀는 줄 아시더라고요. (웃음) 사실 처음엔 그 분이 일반인인 줄 알았어요. 그땐 살짝 떨렸는데요. 알고 보니 신인 여배우였던 거예요. 그 후엔 비즈니스로 임하게 됐어요.”
결국 비즈니스라는 말에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비즈니스 치고는 너무 자연스러웠던 것 아니냐고 했더니 “절 아는 사람들이라면 분명 보고 웃었을 거예요”라며 우물쭈물 거렸다.
“사실 전 여자 친구들한테 쩔쩔매는 스타일이거든요. 제 성격에 처음 만나서 손에 입 맞추고, 스케이트장에서 눕고 그런 건…. 어휴 절대 못해요. (웃음)”
◆ 천천히 한걸음씩
예컨대 별과 같은 인상이다. 큰 비중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빛을 발하는 배우. 이지훈은 그 자리에서 꿋꿋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스스로도 “작은 비중에서 점차 뭔가 생겨나는 것 같다”며 존재감에 대해 언급했을 정도.
“그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서서히 뭔가 나타나는 게요. ‘최고다 이순신’도 ‘학교2013’처럼 처음보다 분량이 더 많아지고 뭔가 만들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랬다. 드라마 ‘학교2013’의 이지훈도, ‘최고다 이순신’의 조인성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주변인물에 그칠 수 있던 캐릭터를 생기 있게 완성해내며 극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그만큼 이지훈에 대한 기대감이나 관심이 커졌던 것도 사실. 이에 이지훈은 칭찬보다 혼나는 일이 많았다며 입을 열었다.
“정말 많이 혼났어요. (웃음) 그렇더라도 윤성식 감독님은 ‘이 부분은 이렇게 하는 게 더 좋았을 거야’라며 토닥토닥 해주시거든요.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서. 확실히 저도 한 번 따끔하게 혼나면 더 정신 차리는 면이 있어요. 자주 혼나서 그랬는지 정도 확실히 더 많이 들었고요. 오죽하면 제가 드라마 끝나고 감독님께 안겨서 펑펑 울었겠어요.”
가장 무서운 이에게 인정받고 싶은 것은 모두가 마찬가지리라. 같은 장면이라도 맛깔나게 구현해내고 싶었던 그의 욕심은 곧 ‘애드리브’로 이어졌다. ‘학교2013’ 당시에도 깨알 같은 애드리브로 눈길을 끌었던 이지훈은 ‘최고다 이순신’에서도 마음껏 애드리브를 펼쳤다.
“그럼요. 애드리브 마음껏 했죠. 감독님도 애드리브를 좋아해주셔서요. 거리낄 것 없이 했어요. (웃음) 기억나는 건 완도에서 정석이 형에게 ‘대표님 고백하라구요’라면서 칭얼거리는 장면이에요. 그 부분은 다 애드리브였어요.”
득의양양 웃는 얼굴은 ‘최고다 이순신’ 속 조인성을 빼다 박았다. 너무도 자연스러운 흐름인지라 미처 애드리브를 발견하지 못했을 때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극 안에 녹아든 이지훈은 “제가 뭐라도 돼서가 아니라 정석이 형이 잘해서 그런 거예요”라며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형이 이끌어주시니까 애드리브도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었죠. 현장에서 정말 재밌었어요. 정석이 형은 제게 최고의 선배님이시자, 가장 좋아하는 파트너에요.”
좋은 파트너. 생각건대, 이지훈에게는 늘 좋은 ‘파트너’가 있었다. ‘학교2013’의 오이지나, ‘최고다 이순신’의 조정석처럼. 그가 맛깔 나는 상황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돕거나 반대로 그들의 상황을 빛나도록 양념을 치는 역할이었다. 특히 ‘최고다 이순신’의 후반부에 등장한 소소하지만 코믹했던 러브라인은 이지훈의 코믹한 캐릭터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후반부의 러브라인은 제가 생각해도 조금 아쉬워요. 잘 안 됐죠. 가원(박찬미)이랑 실제 연애하는 것처럼 ‘우리 될까?’ ‘아냐 안 될 거야’라는 대화를 나누곤 했죠. (웃음) 에이. 애드리브로 뽀뽀라도 해버릴 걸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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