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정부안 발표…진영 복지장관 사퇴설
소득 하위 70~80% 노인에 차등지급 가닥
朴대통령이 직접 챙겨…정부안 수차례 조율
박근혜 정부의 대표 복지공약인 기초연금 도입을 위한 정부 안이 이번주 공식 발표된다. 당초 만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한다는 선거 공약이 현실 재정 여건에 맞게 얼마나 후퇴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소득계층이나 국민연금 가입 여부에 따라 국민의 이해관계도 첨예하게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사진)이 기초연금 공약 축소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곧 사의를 밝힐 것이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올 정도로 정책적 민감도는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대선 공약, 지속 가능하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도 정치적으로 휘발성이 강한 사안이라는 점을 의식, 직접 회의를 주재하며 정부 안을 수차례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최근 한 달간 대통령이 기초연금 도입 안에 올인하다시피 심혈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이 와중에 진 장관은 기초연금 축소 발표에 따른 국민적 반발이 대통령으로 향하는 것을 차단하면서 주무장관으로서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사퇴 카드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현재 정부는 박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 처음부터 이행 불가능한 것이었다는 판단을 내려놓고 있다. 공약대로라면 기초연금 전면 도입에 필요한 예산은 2020년 26조4000억원, 2040년 161조3000억원, 2060년에는 387조4000억원 등 인구 고령화 가속화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경제 성장 속도를 아무리 후하게 계산하더라도 재정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한참 벗어난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마련한 최종안은 소득 하위 70~80%를 중심으로 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뼈대로 삼고 있다. 진 장관도 최근 기자와 만나 “모든 복지정책은 지속 가능성을 1순위로 놓고 판단해야 하는데, 공약상의 기초연금 안은 도저히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한 바 있다.
○“진작 솔직하게 털어놨어야”
문제는 기초연금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이다. 기초연금 도입은 4대 중증질환 치료비 100% 보장과 함께 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다. 매달 노인들의 통장에 20만원을 꽂아주겠다는 공약은 단순하고 구체적이어서 파괴력이 컸다. 야당이 주도하던 복지 이슈를 여당의 것으로 돌려놓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약의 전면적 이행이 어렵다고 발표할 경우 박 대통령은 약속 위반 논란에 휩싸이면서 국정철학인 신뢰에 금이 갈 수도 있다.
기초연금 수정 논란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활동 시절 처음 제기됐다. 당선자 신분이던 박 대통령과 인수위원들은 재원 마련을 위해 국민연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엄청나게 반발하면서 유야무야됐다. 그래서 나온 절충안이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 소득 수준을 감안해 월 4만~20만원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복지부 내에는 이때가 타이밍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줄 수 없는 상황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설명하고 공약을 내려놨어야 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당시 서슬퍼런 박 대통령에게 이런 제안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복지부가 지난 6월 행복연금위원회를 만든 것은 공약 후퇴에 대비한 출구전략이었다. 정치감각이 뛰어난 복지전문가인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앉혀 퇴로를 모색했다. 김 위원장은 노인 빈곤의 실질적 해결을 위해 소득 상위 30%를 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쪽으로 여론을 몰아갔고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는 평이다.
그럼에도 최종 발표를 앞둔 청와대와 정부의 부담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약속을 지키라는 국민의 요구가 정치쟁점화될 경우 특히 그렇다. 민주당 등 보편적 복지를 주창하고 있는 야당의 반발도 불을 보듯 뻔하다. 진 장관이 사퇴한다고 해도 이 같은 사정은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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