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최악의 취업전쟁 속으로…공기업·금융권 채용 줄어

입력 2013-09-22 17:00   수정 2013-09-23 00:51

KT, 300명 뽑는데 4만5000명 몰려

삼성, 23일부터 원서 접수



KT 인사팀 직원들은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원서 접수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 16일까지 원서를 접수한 결과 300명 모집에 무려 4만50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기 때문이다. 경쟁률이 지난해의 100 대 1을 훌쩍 넘은 150 대 1에 달했다. 모든 계열사가 한꺼번에 신입사원을 뽑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고다.

20, 30대 대졸 구직자가 최악의 취업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다. 가뜩이나 청년 고용률(39.9%)이 전체 고용률(60%)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올해는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신입사원 공채 인원마저 줄어들어서다. 경기 침체와 고졸 채용 증가 등의 여파로 공기업과 시중은행이 올해 채용 규모를 작년보다 20% 이상 줄였고, STX 동양 등 일부 대기업은 재무 악화로 신입사원을 뽑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취업 재수, 3수생들도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사정이 이렇자 취업 준비생들은 “자격만 되면 무조건 원서부터 넣고 보자”는 다급한 마음으로 채용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원서 접수를 마감한 현대차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의 경쟁률은 당초 예상을 훨씬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일 서류 접수를 마감한 현대·기아차와 포스코(13일), 코오롱(16일) 측은 “정확한 수치는 밝힐 수 없지만 사상 최대 경쟁률을 기록한 작년보다 더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고 말했다.

현대차 계열 광고대행사인 이노션(15~20명 모집)의 하반기 신입사원 경쟁률은 200 대 1에 육박했다. 13일까지 서류 접수를 끝낸 현대중공업 공채에도 500명 모집에 3만2000명이 몰려 6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예년보다 높았던 지난해(54 대 1)와 비슷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은 결과다.

‘묻지마 지원’이 속출하면서 기업의 채용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채용 사이트는 원서 접수 마감일인 17일 오후 2시에 멈췄다. 한꺼번에 1만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린 탓이다. 결국 LG디스플레이는 21일과 22일 추가로 지원서를 받았다.

포스코도 13일 접속자 급증으로 홈페이지가 다운돼 마감 시한을 오후 5시에서 12시로 연장했다. 포스코는 지난해에도 지원자가 막판에 급증해 원서 접수 마감 시간을 오후 4시에서 8시로 바꿨다.

이 같은 ‘취업 대란’ 속에 삼성그룹은 23일부터 27일까지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를 위한 원서 접수에 나선다. 역대 최대 인원인 8만여명이 지원한 작년 하반기 공채 기록을 가뿐히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인설/공태윤/전설리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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