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적완화라는 마약에 중독된 세계경제

입력 2013-09-22 17:12   수정 2013-09-22 22:34

지난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현 수준의 양적완화를 지속하기로 결정한 것은 미국을 비롯한 각국 경제가 그만큼 달러공급에 포획돼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처지라는 사실을 잘 드러낸다. 채권 매입 규모를 100억~150억달러가량 줄일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종전처럼 매달 850억달러 수준의 돈을 계속 풀어대기로 한 것이 그 증거다. 출구전략이 가져올지 모를 충격에 긴장하던 금융시장은 물론 금융당국도 대체로 안도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

하지만 양적완화는 그 자체로 결코 바람직한 통화정책이 아니다. 양적완화는 돈을 무제한적으로 살포해 경기를 살려보자는 것이다. 비전통적 통화정책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경제학 이론에도 없는 방식이다. 시중에 풀린 돈은 단기적으로는 호황을 만들어 낼지 모르지만 결국은 투기적 거품만 만들어내고 빈부격차를 조장하는 숨길 수 없는 필연적 부작용에 봉착하게 마련이다. 일시적인 캠퍼주사와 비슷한 대책이다.

그런데도 전 세계가 양적완화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미국은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이 이미 심각한 화폐중독에 걸렸다는 방증이다. 이는 세계경제의 불건전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양적완화를 지속키로 한 것은 글로벌 시장에 불확실성이 계속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FOMC 다음날 미국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치로 오르는 등 글로벌 증시가 급등했지만 바로 그 다음 날엔 다시 큰 폭으로 떨어지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펼쳐진 것만 봐도 그렇다. 양적완화가 얼마나 지속될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Fed 내 매파로 분류되는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경제지표에 따라 FOMC가 10월 양적완화 축소에 나설 수도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나 관련 업계도 그저 주가나 환율에 미치는 하루하루의 영향에만 매달려서는 곤란하다.

양적완화가 만들어내는 화폐적 착각과 버블이 장기적으로 국내 경제는 물론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과 위험성에 대해서도 깊이 인식하고 대비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역시 기업가들의 혁신을 조장하는 시스템 정비 외엔 경제에서의 정공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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