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미
딱딱한 조직문화 생각했는데 '뮤지컬 회식'에 깜짝 놀라
강동철
설계 프로그램 한달이면 정복…중요한 건 영어 소통 능력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 의장설계부에서 항해통신·제어설계를 맡고 있는 강동철 씨(27)는 “설계일을 하지만 영어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객 선주사들이 대부분 외국인이고 관련 문서도 영어여서 기본적으로 읽기 쓰기 말하기는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설계 프로그램(AM캐드·오토캐드)은 한 달 정도 배우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서 부담 가질 필요는 없어요.”
선박공사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모든 과정의 프로세스에 대한 공정업무를 맡고 있는 정은미 씨(23)도 “거의 매일 외국인과 미팅하고 미팅 후엔 영어로 자료를 정리하고 공정 진행상황을 보고해야 한다”고 소개했다.
지난 13일 입사원서를 마감한 현대중공업은 10월 중순 인·적성 시험과 면접을 통해 신입사원을 뽑는다. 지난해 하반기 공채에 합격해 작년 12월 입사한 두 명의 신입사원을 울산 본사에서 만나 입사과정 등에 대해 들어봤다. 1972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지도 한 장과 거북선이 새겨진 500원짜리 지폐로 유조선 두 척을 처음 수주한 이래 ‘한국 조선업의 메카’로 떠오른 곳이다. KTX 울산 통도사역에서 회사로 가는 아산로 이정표에도 ‘도전과 개척정신으로 국가와 울산 발전에 헌신을 다한 정주영 회장의 뜻을 기린다’는 문구가 씌어 있었다. 이번 잡인터뷰에는 대학생 7명이 동행했다.
“인적성보다 면접에 주력”
올해는 영어 말하기와 쓰기 평가를 폐지해 전형절차가 간소화됐지만 면접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정씨는 강조했다. 많은 지원자가 어려워하는 인·적성시험과 관련, 그는 “현대중공업에 지원한 대학 동기 중 두세 명을 빼곤 모두 합격했다”며 “면접이 더 어려웠다”고 말했다.
정씨는 지난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세 곳에 원서를 냈다. “면접관이 삼성 직무적성검사(SSAT)에서 탈락한 이유를 물었어요. 너무 짧은 시간에 많은 정답을 요구하는 스타일인 삼성과 저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대답했죠. 실제로 현대중공업 인·적성시험은 완전 부적격자만 탈락하기 때문에 너무 염려할 필요는 없어요.”
임원면접은 5 대 5 면접으로 1분 자기소개와 공통질문으로 진행된다. 강씨는 ‘북한이 다시 한번 연평도를 타격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리 회사와 다른 회사에 둘 다 합격한다면 어디를 택할 것인가’ 등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정씨는 ‘현대중공업에 여성 임원이 없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면접을 마친 지원자들이 어떤 질문을 받았다고 알려주던가요’라면서 편안하게 면접을 이끌어줬다”고 했다.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직장”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직장입니다.”
인터뷰를 위해 미리 보낸 질문으로 ‘현대중공업은 어떤 회사인가’라고 했더니 강씨와 정씨는 이처럼 똑같은 답을 보내왔다. 이에 대해 강씨는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대·최고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며 “국내에서 가장 많은 도크 11개를 보유한 세계 최대 조선사이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선박을 건조한 회사”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엔 1억GT(총 용적 톤수)를 달성해 세계 최단 기간 내 최대 건조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정씨의 설명도 이어졌다. “현대중공업의 근로자 평균 근속연수는 17.9년에 달해요. 작년엔 정년을 60세까지 연장했고요. 무엇보다 다양한 교육기회가 제겐 매력적이에요. 프로젝트 매니지먼트(PM) 부서 배치 후에도 PM직무교육을 통해 끊임없이 전문성을 키워줬어요.”
현대중공업은 단지 내 울산대병원을 증축해 위급 시에도 5분 이내에 치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2년 이상 근무자에게는 1억원 무주택 융자와 월 3만원의 기숙사를 제공하고, 자녀 숫자에 상관없이 학자금을 지급하는 등 복지혜택도 최상급이다. 임·단협과 관련해서도 19년 연속 무분규 타협으로 노사 간 신뢰를 쌓아 왔다.
‘부드러운’ 조직문화
현대중공업 하면 도전과 개척정신으로 뭉친 딱딱한 조직문화를 떠올리지만 실상은 많이 다르다고 소개했다. 정씨는 “부서원들이 함께 식사를 한 뒤 뮤지컬을 보는 경우도 많다”고 소개했다. 대학생활 중 축구동아리장을 맡은 강씨는 “현대중공업에는 340개나 되는 축구팀이 있다”며 “매년 3월 말이면 현대중공업 축구리그가 시작돼 운동을 통해 선후배의 정을 쌓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벌써 후배가 들어오는 게 어색하다는 강씨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물어서라도 일을 처리할 줄 아는 후배가 왔으면 좋겠다”며 “처음엔 모두가 모르지만 묻는 사람과 안 묻는 사람은 1년 후엔 천지차이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씨도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혼자서 선박을 만들 수는 없다”며 “자기 일뿐 아니라 옆사람의 상황도 함께 고려하면서 협업할 수 있는 후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산=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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