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최대 위기] 담철곤 회장 13일간 고심…"혈연의 情보다 경영권이 우선"

입력 2013-09-23 17:23   수정 2013-09-23 23:31

왜 동양그룹 지원 거부했나

밑 빠진 독 물붓기…정부 압박에도 "NO"
주가 떨어지면 소송사태…배임도 우려




마켓인사이트 9월 23일 오전 9시21분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23일 동양그룹 지원 불가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장모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동양그룹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 부인)이 둘째딸인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과 이 부회장의 남편인 담 회장에게 지원을 부탁한 지 13일 만이다.

담 회장은 발표에 앞서 이날 오전 8시30분께 임원회의를 열어 “오랜 시간 고심했지만 오리온의 경영권 안정 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엔 이 부회장도 참석했다.

담 회장은 추석 연휴 전에 동양그룹 지원 불가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런 입장이 금융감독원에 전해지자 금감원은 발표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추석 연휴에 동양그룹 계열사의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동양증권 특별 점검을 준비했다. 또 담 회장의 심경 변화를 기다렸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응책을 마련할 때까지 담 회장 측이 기다려줄 줄 알았는데 갑자기 발표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장모인 이 이사장도 이날 담 회장에게 지원 불가를 발표하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다시 한번 당부했다. 담 회장의 동서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계열사 CP에 대한 불완전 판매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거론해가며 담 회장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담 회장이 이 같은 만류에도 불구하고 ‘강수’를 들고 나온 것은 오리온의 지배구조가 불안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서다. 동양그룹이 담 회장에게 요청한 것은 동양그룹 계열사가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할 테니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이 가진 오리온 지분으로 신용 보강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담 회장과 이 부회장 등 오리온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28.81%. 시장 가치로는 1조6000여억원에 해당한다. 담 회장은 동양그룹을 살리려면 자금이 얼마나 필요한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지원에 나섰다가 자칫 잘못되면 오리온의 경영권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날 임원회의에서 “외국인 지분율이 4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잘못되면 오리온이 외국인 손에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담 회장은 또 배임에 대한 걱정도 감추지 않았다. 오리온 주가가 떨어지면 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그는 보도자료에서도 “해외 투자자와 주요 주주들로부터 우려의 문의와 상황 설명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며 “작금의 상황에 대한 회사의 방침을 알려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담 회장은 지난해 말 이미 ‘성의 표시’는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애초 담 회장의 아들 몫으로 정해진 오리온 지분 2.66%(시가 1500여억원)를 이 이사장에게 넘겼고 이 주식이 유동화돼 동양그룹 지원 자금으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담 회장은 하지만 여전히 여론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둘째딸과 사위가 도와주지 않아 동양그룹이 어려워졌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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