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메르켈의 시장노선 선택한 현명한 독일 국민

입력 2013-09-23 18:15   수정 2013-09-24 01:45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기독교사회당 연합이 엊그제 실시된 독일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메르켈 총리의 3선 연임도 확정돼 2017년까지 집권할 것이라고 한다. ‘메르켈 공화국’시대가 펼쳐졌다는 독일 슈피겔지의 지적이 있을 만큼 메르켈 총리의 인기는 압도적이다. 유로존 국가들은 유럽연합(EU)의 회장으로까지 불리는 메르켈 총리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메르켈은 치열한 선거 기간 중에도 인기영합적 포퓰리즘 공약을 전혀 내걸지 않았다. 그저 그동안 추진해왔던 긴축과 감세 등 경제 정책을 꾸준히 밀고 나갈 것이라고만 강조하는것으로 선거 전략을 삼았다. 독일 경제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분명히 밝히고 설명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그의 흔들리지 않는 원칙과 진정성에 독일 유권자들이 표로 화답한 게 이번 총선이었다. 정말 부러운 정치가 아닐 수 없다.

2005년 집권 이후 그가 보여준 정책도 한결같았다. 전임 슈뢰더 정권이 강도 높게 실시한 노동 개혁 등 각종 정책을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수용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했다. 그는 이어 2000년 40%에 달하던 법인세를 2008년엔 15%까지 인하해갔다. 신규 직원의 해고 가능기간을 6개월에서 2년으로 연장했고 고령자를 고용하는 경영자를 지원했다. 바이오 기술 등 신규사업에 투자하고 교통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확충했다. 자연스레 기업의 투자는 늘어나고 실업은 줄어들었다. 지금 독일 실업률은 5.4%(6월 기준)로 1990년 독일 통일 후 최저수준이다. 신규 업종인 바이오산업은 매년 10% 이상 인력이 늘고 있다. 물론 고용이 개선되면서 재정도 튼실해져 소득 세수는 늘어나고 실업 급여는 줄어들었다.

독일 야당은 새로운 공약이 없다고 메르켈을 비난하면서 가짓수도 요란한, 거창한 천국행 복지공약을 내세웠지만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저 경제를 살리고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정치가의 역할이라는 것을 독일 국민들은 보여주고 있다. 근거도 없는 온갖 종류의 정쟁거리를 만들어 허구한 날 싸움판을 벌일 뿐인 한국의 정치가 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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