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아시아나항공 착륙사고의 한국인 피해자들은 사고 항공기인 B777 기종의 기체결함에 대해 집단소송을 준비중이다. 법무법인 바른이 기체결함 가능성에 집중해 26일 소송설명회를 여는 등 원고를 모집하고 있다. 바른은 소송설명회를 수차례 연 뒤 이르면 다음달께 미국 법원에 소장을 접수할 계획이다. 일찍 접수하면 미국에서 진행중인 다른 나라 탑승객의 보잉 상대 소송과 병합될 가능성이 높다.
하종선 바른 변호사는 “미국이 제조물에 대한 결함을 폭넓게 인정하는 동시에 배상액도 한국보다 높게 책정하기 때문에 미국 법원에 소송을 내기로 했다”며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대해 80만달러 배상을 인정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한국인 탑승객은 77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경상, 나머지 절반 정도는 중상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소송인단은 명백한 기체결함 외에도 사고 기종의 근본적인 디자인을 문제삼을 계획이다. 예를 들어 비즈니스석에는 어깨 안전벨트가 있지만 이코노미석에는 허리벨트만 있어 상체 흔들림으로 부상자가 다수 발생했다는 논리다. 조종사가 기체를 착륙모드로 설정하면 ‘지면충돌 경고장치’가 작동하지 않도록 설계된 점, 항공기 추진력 완전상실(스톨)을 경고하는 ‘스틱쉐이커’가 늦게 작동하는 점 등도 같은 맥락의 사례로 꼽힌다.
하 변호사는 “미국 법원은 제조물 책임과 관련해 법령상 의무 준수는 최소한이고 그 이상의 충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미 자동차 안전벨트 관련 소송에서 허리벨트만 있는 건 결함이라고 판단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탈출용 비상슬라이드 8개 가운데 6개가 기체 안쪽으로 펴진 점, 오토스로틀(자동 적정속도 유지장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은 법원에서 인정받으면 ‘명백한 기체결함’에 해당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사고 원인은 한·미 양국의 사고조사위원회에서 판단할 문제”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항공기 사고를 맡은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당초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는 기체결함과 조종미숙 두 가지가 제기됐는데 기체결함이 부각되면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유리하다”면서도 “아시아나항공도 교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입장인데다가 보잉과 공동책임을 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어서 소송 건수와 배상 규모가 늘어나는 것을 꺼릴 수 있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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