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스텔스' 논란에 결국 무산…전력 증강 1~2년 차질 불가피

입력 2013-09-24 17:13   수정 2013-09-25 01:44

차기 전투기 F-15 SE 부결

방사청 "신속하게 사업 재추진 하겠다"
"스텔스 기능 뛰어난 F-35A 구매수순" 분석도




8조3000억 규모의 차기전투기(F-X) 사업이 결국 사업 재검토로 돌아섬에 따라 전력화 사업이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공군 전력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사업 재추진을 1년 남짓한 범위에서 최대한 빨리 진행하겠다”며 “당초 예정된 2017년 전력화에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업을 추진하는 데 2년여 기간이 걸렸고 다시 예산을 서둘러 짜도 2015년도 돼야 반영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차기 전투기 사업의 지연은 불가피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07년 사업 추진 시작

차기전투기 사업은 2007년 7월 합동참모회의에서 소요가 제기된 이후 2011년 7월 사업추진기본전략이 수립됐고 지난 6~8월 가격입찰 등의 과정을 거쳤다. 가격입찰 과정에서 총사업비(8조3천억원)를 초과한 F-35A(록히드마틴)와 유로파이터(EADS)가 탈락하고 사업비를 충족한 F-15SE가 단독후보로 남았지만, F-15SE마저 ‘구형전투기’ 논란 끝에 낙마하고 말았다.

차기전투기 전력화 시기는 지난해 기종선정 연기로 이미 2016~2020년에서 2017~2021년으로 조정된 상태다. 방추위의 이번 기종선정 안건 부결로 차기전투기 전력화 시기는 2019~2023년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방사청은 앞으로 분할매수, 구매대수 축소, 사업비 증액 등의 사업추진방안 변경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루 빨리 전력 공백을 메워야 하는 공군은 이번 결정에 대해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공군은 공군은 구매대수 축소나 분할 매수 등으로 사업방식을 변경하면 차기 전투기의 전력화가 2년 이상 늦어져 전력공백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맞서고 있다. 공군 관계자에 따르면 전체 460여대 전투기 가운데 50% 이상은 도입된 지 30~40년이 지난 노후 기종이다. 2019년까지 쓸 수 있는 전투기는 340여대로, 이는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판단한 우리나라의 적정 전투기 규모(430대)보다 100대가 부족한 것이다. 공군 관계자는 “실제 전쟁 상황에서는 발발후 3일 동안 얼마나 집중적인 공격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분할 구매 등으로 전투기 전체 대수가 줄면 아무리 스텔스 기능이 있어도 수행해야할 수천여 소티(출격시간)를 소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스텔스 기능 떨어져 대다수 반대

방사청은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문책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금까지 추진한 무기도입 사업에서 총사업비가 초과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이번 F-X사업의 총사업비는 9조7000억원이었다. 이후 후보 업체의 예상 사업비를 고려해 8조3000억원으로 조정했다. 이후 F-35A의 개발비용이 상승하면서 총사업비가 초과하는 초유의 사태에 적절히 대응을 못하면서 기종평가에서 1등을 하지 못한 F-15SE가 단독후보로 상정된 것이다. 국방부에서 방사청이 독립해 무기사업을 맡기 전까지는 총사업비의 20%를 증액할 수 있었지만 현행 기획재정부의 예산 관련 규정 상 확정된 사업의 예산은 증액이 불가능하다. 사업 설계를 방사청이 처음부터 치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논란이 됐던 것은 스텔스 기능이다. F-15SE는 스텔스 기능이 5세대 전투기로 평가받는 F-35A에 비해 떨어져 4.5세대 전투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예비역 장성들은 스켈스 전투기가 필요하다며 F-15SE 선정에 거세게 반대했다. 이날 회의에서도 대부분의 위원들이 반대한 것도 이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관련 비정부기구(NGO)와 시민단체, 군사 전문가 등도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F-X 사업 추진 현황과 주변국의 공중전력 동향 등을 공유하면서 F-15SE 반대여론을 형성하는 데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중국과 일본은 스텔스 전투기 개발 및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전방위적인 반대 여론과 함께 F-15SE가 ‘구세대 전투기’,‘비(非)스텔스기’란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결정적인 원인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분할 구매안 무산

이날 열린 방추위에 앞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유찰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장관은 지난 6월 F-X사업 1차 입찰을 끝낸 뒤 방사청과 협의과정에서, 미 록히드마틴사의 F-35A 스텔스기를 40대 구매할 수 있는 ‘20-40대 분할구매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공군이 유찰에 따른 전력공백을 강하게 우려해 분할구매안은 무산됐다.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F-15SE는 임무수행능력, 즉 성능 면에서 F-35A에 절반 정도에 그치는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종합평가는 비용 30%, 성능 33.61%, 운용적합성 17.98%, 경제적ㆍ기술적 편익 18.41% 등 4가지 요소를 모두 따진다. 이 중 성능의 비중이 가장 높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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