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 헷갈리는 대학평가…왜 평가마다 순위 달라질까

입력 2013-09-25 10:53   수정 2017-07-01 10:17

국내 대학들, 英 QS·더타임즈 평가에 지나친 순위경쟁
평가지표·비중 따라 순위 변화… 객관적 정보제공 우선



교육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관심사입니다. 조기교육, 영재교육부터 초·중·고교, 대학, 그리고 100세 시대를 맞아 평생교육까지. 이미 교육은 '보편적 복지'의 문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계층과 지역간 교육 인프라와 정보의 격차가 존재합니다. 한경닷컴은 이런 교육 문제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를 연재합니다. 입시를 비롯한 교육 전반의 이슈를 다룹니다. 교육 관련 칼럼과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Q&A 등이 매주 화요일 홈페이지를 통해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이달 초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인 영국 QS(Quacquarelli Symonds)가 '2013 세계대학평가'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 영국 케임브리지대 순으로 1~3위를 차지했습니다.

국내 대학 중에서는 서울대가 지난해(37위)보다 두 계단 뛰어올라 역대 최고인 세계 35위를 기록했습니다. KAIST 역시 60위로 100위권 안에 들었으며, 포스텍(포항공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순으로 100~200위권에 포진됐습니다. 국내 최고 학부인 서울대가 자존심을 지켰고 유수의 대학들도 나름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헷갈린다고 털어놓습니다. 이런저런 대학평가 결과마다 순위가 조금씩 다르게 나오기 때문입니다.

QS 평가는 서울대가 국내 1위지만, 더타임즈(The Times Higher Education) 2012년 세계대학평가에서는 포스텍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2013년 더타임즈 평가는 10월 초 발표되는데 올해 순위도 큰 변화는 없을 전망입니다. 지난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선 KAIST가 1위였습니다.

이렇듯 평가마다 순위가 달라지는 이유는 저마다 평가지표의 항목과 비중이 달라서입니다. QS 평가는 평판도 항목의 비중이 큰 반면 더타임즈 평가는 연구력 지표의 배점이 높은 편입니다.

QS 평가는 △학계 평판(40%) △졸업생 평판도(10%) △교수 1인당 논문피인용지수·학생수(각 20%) △외국인 교수·학생비율(각 5%)로 구성됩니다. 더타임즈 평가는 연구 실적, 논문 인용도, 교육 여건 30%씩에 국제화 수준(7.5%)과 기술이전 수입(2.5%)을 합산해 평가하죠.

나름의 기준과 잣대를 들이대 평가하므로, 각 평가마다 순위가 어느정도 오르내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오히려 문제는 평가 결과를 지나치게 크게 받아들이는 국내 대학들의 태도에 있습니다.

포스텍 서의호 평가관리위원장은 "모의 시뮬레이션 해보니 평가 비중을 10%포인트씩 내리고 그만큼 연구력 지표로 대체하면 1위가 달라진다"며 "종합 평판도가 50%를 차지하는 QS 평가의 경우 서울대가 1위지만 이 항목의 비중을 40%까지 내리면 KAIST가, 30%면 포스텍이 1위를 하는 식"이라고 말했습니다. 평가 결과가 그만큼 유동적이란 설명입니다.

따라서 각 대학평가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은 필수적입니다. 순위 상승 PR에만 열 올릴 일이 아닙니다. 평가가 어떻게 진행됐으며 무슨 의미를 갖는지 객관적으로 설명해줘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서 위원장은 "피어 리뷰(peer review) 형식인 '학계 평판'의 경우 표본 규모만 중요한 게 아니라 지역별·국가별로 분류해 객관적 정보를 함께 알려야 한다"며 "사실 피어 리뷰는 아시아 지역에서 응답이 많아 아시아 대학들의 랭킹이 올라간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자의적 측면이 있는 평판도 비중은 20~25% 수준까지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고도 했습니다.

민경찬 기초연구진흥협의회 위원장(연세대 교수)도 "세계대학평가도 사안별 항목을 만들어 일부 측면만 평가할 뿐인데 평가 결과에만 휘둘리다 보니 대학이 잃어버리는 게 많다"며 "예컨대 'QS 평가는 평판도 위주, 더타임즈 평가는 연구력 중심' 이런 식으로 각 평가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려 균형있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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