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12년 이상 장기 가입자에 월10만~19만원…정부 "역차별 아니다"

입력 2013-09-25 17:19   수정 2013-09-26 01:04

기초연금 공약 수정

국민연금 가입기간 따라 차등 지급
하위 70% 중 20만원 못받는 사람은 38만명




지난해 11월15일. 대통령선거를 한 달 앞두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대한노인회를 방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기초연금을 도입해 모든 노인에게 매달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기초연금을 처음으로 대선 공약으로 내건 장면이다. 최종 정부안은 이 같은 공약에 미치지 못한다. 대상은 100%에서 70%로 줄고,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면 적게 받는 사람도 나온다. 반발과 불만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20만원을 받는 사람을 전체 지급 대상자의 90%로 늘렸다. 공약 이행과 장기적인 재정 여건, 국민연금 가입자 불이익 최소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관건은 노인 빈곤율 감소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주는 안은 처음부터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전체의 11%였지만 2060년이 되면 40.1%가 된다. 공약대로라면 2040년 한 해에만 157조원가량이 필요하다. 출구는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부위원장을 맡았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모색됐다. 우선 금액을 줄이기로 했다. 모든 노인에게 소득 수준과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4만~20만원을 주는 것이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면 더 받는 구조였다. 하지만 정부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전문가들은 이견을 제시했다. 기초연금의 목적은 45%에 이르는 노인 빈곤율을 해결하는 것이라는 점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인수위에 이어 논의의 한 축을 맡았던 국민행복연금위원회는 이 같은 여론을 받아들였다. 소득 하위 70%에 지급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시뮬레이션 거듭한 정부

다음은 공약과 근접한 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정부는 시뮬레이션을 거듭했다.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빈곤율을 떨어뜨리는 방법을 찾은 것이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 연계하는 것이었다. 2012년 말 기준 기초노령연금을 받는 393만명 가운데 189만명은 소득과 재산이 한푼도 없었다. 이들에게는 일단 20만원을 주기로 했다. 나머지 204만명 중 국민연금 수급자와 소득이 비교적 많은 11만명을 제외한 100여만명에게도 20만원을 지급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또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 중에도 61만명은 가입 기간이 10년이 채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해 전원 전액 지급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대상자의 90%인 353만명에게 20만원을 지급하는 안을 최종안으로 내놨다. 결국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긴 27만명과 소득이 비교적 많은 11만명이 10만~19만원을 받게 된 배경이다. 공약에는 못 미치지만 전체 노인의 60%가량에게 20만원을 지급함으로써 제한된 여건에서 최선의 대안을 찾아냈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 손해 없다”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국민연금 가입자의 반발이었다. 애초 행복연금위는 소득을 기준으로 연금을 차등화하는 방안도 검토했었다. 이 안은 소득 하위 30%는 20만원, 31~50% 15만원, 51~70%는 10만원을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국민연금 가입자 가운데 20만원을 받는 사람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국민연금 가입자 전체의 반발을 야기할 우려가 제기됐다. 그래서 연금지급액을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 연계하되 국민연금 가입자가 불리하지 않게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 결과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을 동시에 받는 사람의 70%가 최고액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래도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12년 이상이면 20만원을 받지 못하면 결국 불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에서 자기가 낸 보험료를 제외한 국가지원액을 합치면 무조건 국민연금 가입자가 유리하게 구조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20년간 월 18만원의 보험료를 내고 20년간 월 59만1000원을 받은 K씨의 사례다. 그는 자신이 낸 보험료 외에 41만1000원을 매달 추가로 받고, 여기에 1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게 된다. 정부에서 받는 순공적연금액은 51만1000원에 달한다. 반면 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매달 20만원을 정부에서 지원받게 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연금 가입자는 항상 무연금자보다 순공적연금액을 더 많이 받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재정 여건 고려한 선택

또 하나는 재정 문제였다. 현재 기초노령연금 체제가 유지되면 2028년이면 모든 65세 이상 노인이 20만원을 받게 된다. 이때부터 예산은 급증하게 된다. 2040년이면 1650만명에게 매달 20만원을 줘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기초연금이 국민연금의 보조 수단이라는 점에 착안해 국민연금 연계안을 택했다. 즉 미래에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가 늘어나더라도 기초연금이 가입 기간에 반비례하도록 설계하면 최고액을 받는 사람의 증가 속도를 억제할 수 있다는 구상이었다. 이렇게 되면 소요 예산액이 2028년께면 기초노령연제도를 유지할 때보다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 2030년을 기준으로 하면 예산 추정액은 기초연금이 49조3000억원에 그친다. 반면 현행 기초노령연금을 유지할 때 필요한 예산은 53조6000억원에 달한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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