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CEO 눈에 비친 강성노조
"임금올려달라"며 매년 파업
노동생산성 OECD 최하위권…노동규제 늘어 기업부담 가중
#1.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지난 7월 한동안 밤잠을 설쳤다고 한다. 기본급 13만498원 인상, 통상임금의 300%에 600만원의 성과급을 달라며 부분 파업을 벌인 노조 때문이다. GM의 다른 공장들과 비교해 생산성은 좋지 않은데 임금은 더 달라는 노조 요구에 무척 당황했다. 그는 “미국에 있는 부모님은 매년 여름마다 파업을 벌이는 노조 때문에 고생하는 걸 알고 그냥 (고향으로) 돌아오라고 한다”며 “정말 힘들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2. 지난달 말 기자와 만난 샤시 모드갈 주한 인도상공회의소 회장(노벨리스코리아 사장)은 현대자동차 노조의 올해 임금·단체협상 요구안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는 “현대차 근로자들이 9000만원 정도 임금을 받는 것으로 아는데 성과급과 생산장려금 등을 합해 1억원 상당의 연봉을 추가로 지급해 달라고 요구한다는 게 사실이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곳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노조 문제는 한국 산업의 최대 걱정거리”라고 꼬집었다.
한국의 노동 여건은 심각한 수준이다. 세계경제포럼(WEF) 등에서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노동 여건은 늘 최하위권이다. 중국 베트남 등 신흥국에 비해 임금 수준은 높은데 생산성은 떨어지고,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고용 등 노동유연성을 가로막는 규제도 많다. 여기에 더해 해마다 파업을 되풀이하는 강성 노조의 존재는 외국기업에도 상당한 부담이 되는 게 현실이다.
기업 발목 잡는 ‘BAD UNION’
한국에 있는 노조는 5120개(2011년 기준)다. 노조에 가입해 있는 근로자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10.1%인 172만여명에 달한다. 2011년 7월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된 뒤 노조 숫자는 확 늘었다. 올해 6월까지 2년간 새로 생긴 노조만 1257곳에 달한다. 물론 모든 노조가 강성은 아니지만 여전히 한국 노동계를 상징하는 건 ‘붉은 머리띠’다. 요구 조건을 관철시키기 위해 무조건 파업을 벌이는 강경 일변도의 노조가 많기 때문이다. 이철행 전국경제인연합회 투자고용팀장은 “과거에 비해 바뀌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과도한 요구를 내걸고 기업 경영까지 간섭하는 강성 노조가 많다”며 “작년부터 한진중공업과 현대차 희망버스 사태처럼 폭력 시위로 이어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가 기업의 발목을 잡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외국계 기업인 레고코리아는 노조의 장기 파업을 견디다 못해 2005년 국내 공장 문을 닫았다. 스웨덴 기업인 테트라팩도 2007년 실적 부진을 겪는 와중에 기본급 19% 인상을 요구한 노조 때문에 한국 공장을 폐쇄했다. 국내기업들이 처한 사정도 같다. 현대차 노조는 매년 임금협상 때마다 ‘회사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는 요구 조건을 내건다. 올해도 작년 기준으로 8조5618억원의 순이익 중 2조5685억원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요구안을 임금협상안에 포함시켰다.
강성 노조의 문제는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2010년부터 작년까지 노사 분규로 인한 생산 차질 피해는 급증하는 추세다. 2010년엔 55건의 노사 분규가 발생, 36만183일의 생산 차질을 빚은 데 이어 2011년 36만2437일(노사분규 41건), 2012년 73만1528일(72건)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노동생산성은 낮은데 규제는 자꾸 늘어
문제는 노조는 강성인데 생산성은 경쟁국에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발표한 34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 분석 결과를 보면 한국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은 28.9달러로 28위에 그쳤다. 반면 미국은 61.6달러였다. 똑같이 한 시간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미국 근로자가 한국 근로자보다 두 배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다. 프랑스(59.5달러), 독일(58.3달러), 영국(47.8달러), 일본(46.7달러) 등도 한국보다 노동생산성이 월등히 높았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내 노동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다. 국회는 지난 2월 기간제 근로자와 파견근로자에 대해 상여금,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9월 국회에선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는 근로시간 단축 법안,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는 법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독일의 노조는 생산성 향상과 기업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삼는데, 한국 노조는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역할만 한다”고 꼬집었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희망버스 폭력시위 등 강성노조 문제와 노동 규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기업들은 한국을 떠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획취재팀=이태명·정인설·전예진·김대훈 기자(산업부), 안재광 기자(중소기업부), 이현진 기자(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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