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벌한 악인役…몰입 연기 돋보여
악마가 천사의 자식을 유괴해 작은 악마로 키운다. 소(小)악마는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이 친부를 살해한 사실을 알고는 의부 악마에게 복수를 시도한다. 고대 그리스 연극 속 ‘살부(殺父)’ 모티프를 현대의 살벌한 이야기로 변용한 장준환 감독의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가 다음달 9일 개봉한다. 이 영화에서 악의 화신 석태 역을 해낸 김윤석(45)을 25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1980~1990년대 대학 극단(동의대 독문과)과 대학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할 때 인간과 신, 선과 악 등 어둡고 암울한 문제를 다룬 작품을 많이 접했습니다. 이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인간성의 극단까지 가보는 고대 그리스 연극의 자취가 느껴지더군요. 요즘 뮤지컬처럼 밝은 면만 보는 게 아니라 우리 곁의 짙은 어둠을 밀도 있게 건드리거든요.”
이 각본을 쓴 박주석 씨가 조명팀 출신의 20대 후반이란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처음에는 출연을 거절했다. 너무나 강렬한 캐릭터를 감당하기 어려워서였다고.
“정신적으로 무서운 사람들의 얘기거든요. 관념적으로 뭉쳐진 악, 어둠의 결정체 같은 순수한 악, 절대 악에 물든 사람들의 클래식한 이야기입니다. 불평등한 인간사에 대한 거부감으로 악인이 된 석태 역은 지금까지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배역이었어요.”
전작 ‘타짜’의 아귀나 ‘황해’의 깡패 역은 현실 속에서 타인을 파괴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석태는 자신을 철저히 파괴한 악인이다. 보육원에서 자라며 불평등을 겪은 그는 스스로 껍질을 벗겨 내고 광기로 치닫는다.
“세상이 위선으로 가득하고, 선이란 가진 자만 베풀 수 있다는 일탈된 사고를 키운 천재라면 세상에 대한 복수심을 합리화시키는 순간 얼마든지 악마가 될 수 있어요. 이 세상의 질서를 파괴하기 위해 악마와 거래를 시작하는 거지요. 위선보다는 차라리 위악적인 인물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아들 화이에게도 그 악을 물려주고 확인하고 싶어하는 겁니다. 나아가 아들에게 세상을 전복시켜달라는 바람을 투영하는데 이 점이 바로 그리스 연극의 비극성과 맞닿아 있는 거죠.”
화이 역의 여진구와는 현장에서 대화를 되도록 피하고 곧장 연기로 들어갔다고 한다. 어린 배우라고 자꾸 신을 설명해주면 거기에 갇힐까 걱정됐기 때문.
“원래 어린 배우들이 매너리즘에 잘 빠지는 법인데, 진구는 그것을 벗어난 연기를 하더군요. 놀라웠어요. 육체와 정신이 매우 건강한 친구였어요. 어린 시절의 저보다 100배는 연기를 잘하더군요.”
극 중 석태를 비롯한 다섯 명의 악당은 화이를 전사로 키운다. 다섯 악인 역은 모두 대학로 연극배우 출신이 호흡을 맞췄다. 김윤석이 최고참이고 장현성이 그다음, 조진웅과 박해준이 친구 사이고 김성균이 막내다. ‘지구를 지켜라’ 이후 10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장 감독의 연출력은 조금도 녹슬지 않았다고 그는 회고했다. 장 감독은 배우에게 연기를 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확하게 해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차기작은 봉준호 감독이 제작하는 ‘해무’입니다. K팝 가수 JYJ의 유천이와 찍습니다. 망망대해 안갯속에 갇힌 뱃사람들을 통해 인간 본성을 탐구하는 영화지요.”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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