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은 한낮에 잘 놀다가도 새벽녘에 열이 나기 쉽다. 열이 나는 것은 감기에 걸렸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면역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신진대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나타나는 방어기전으로 무턱대고 당황할 필요는 없다. 단, 아이가 열이 날 때 몇 가지 매뉴얼과 함께 응급실에 가야할 타이밍을 정확하게 숙지하도록 하자.
우선 아이가 열이 나면 가장 먼저 체온을 정확하게 체크한다.
통상적으로 38℃는 미열, 39℃ 이상이면 고열로 보는데, 아이마다 기초체온이 다르기 때문에 평소 컨디션이 좋을 때 수시로 아이의 체온을 체크해 정확한 기초 체온을 알아두도록 한다. 평소보다 체온이 2℃ 이상 높을 때, 또는 고열과 함께 심하게 보채거나 열성 경기를 할 때, 생후 3개월 이전의 신생아가 38.5℃ 이상 열이 날 때는 바로 응급실이 가고 그렇지 않을 경우 우선 열이 나는 이유를 추정해본다.
아이들은 체온 조절 기능이 미숙해 외부 환경에 의해 열이 나기도 하기 때문에 우선 한밤 중 열이 나면 방안이나 이부자리의 온도가 높은 것은 아닌지 확인해보자.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는지, 장염이나 감기 등 정상 컨디션인지도 체크할 것. 이때 열이 나는 것 이외에 다른 증상도 함께 살펴본다. 낮 동안 잘 놀았는지, 놀라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는지도 꼼꼼히 되짚어본다. 그리고 38℃ 이상의 미열이 날 경우 해열제를 정량에 맞춰 먹인다. 아세트아미노펜 단일 성분의 해열제는 생후 4개월부터 먹일 수 있고, 이부프로펜 단일 성분은 생후 6개월부터 먹이면 된다. 해열제는 먹인지 30분쯤 지나 열을 1~1.5℃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는데, 보통 4시간으로 하루 6회 미만으로 먹이고, 어른용 해열제를 임의로 소량씩 먹이는 일은 절대 금물이다.
흔히 알고 있는 미지근한 물로 온몸을 닦아주는 것도 열을 떨어뜨리는데 효과적이다.
아이의 옷을 모두 벗긴 뒤 30℃ 정도의 미온수에 부드러운 수건을 적셔 온몸을 닦아준다. 이때 물이 수건에서 뚝뚝 떨어질 정도로 적셔야 하며, 몸에 물을 발라주듯 닦아야 효과가 있다. 찬물이나 얼음물을 사용하면 혈관을 수축하게 하여 열이 더 오르는 부작용을 부르므로 절대 피할 것. 열이 나면 몸속의 수분을 빼앗기기 때문에 물이나 보리차를 먹인다. 열이 나면 내부의 장기도 같이 열을 받기 때문에 한두 번 설사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설사 증상이 심하다면 응급실에 가도록 한다.
아이가 미열과 함께 심하게 울며 보챌 경우 당황하게 마련인데, 별다른 이상 징후 없이 1시간 이상 울음이 지속된다면 병원에 가도록 한다. 해열제를 먹인지 1시간이 지나도 열이 안 떨어질 때, 몸이 축 늘어지면서 탈수 증상을 보인다면 바로 응급실로 달려가도록 한다.
열이 내린 상태에서 다음날 잘 먹고 논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다음날 새벽 다시 고열이 난다면 병원에 데려가도록 한다. 이처럼 한밤중 고열이 났다면 다음날까지 열이 다시 오르는지 수시로 체크하고 다른 동반 증세는 없는지 확인하여 응급실에 갈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한다.
이서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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