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 씨 별세 … ‘영원한 청년 작가’ 최인호 웃으며 떠나다

입력 2013-09-26 06:24  

1970년대 청년 문화를 이끌었던 소설가 최인호 씨가 암 투병 끝에 25일 오후 7시10분 별세했다. 향년 68세. 196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지 정확히 50년 만이다.

2008년부터 침샘 부근에 발병한 암으로 투병하던 고인은 2주에 한 번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고, 추석 당일인 19일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한 뒤 병세가 악화해 결국 눈을 감았다. 고인과 친분이 깊던 정진석 추기경은 지난 23일 병실을 찾아 고통을 덜고 구원을 얻도록 하느님 자비에 맡기는 ‘병자성사’를 집전하기도 했다.

‘영원한 청년 작가’로 불리는 그는 1945년 서울에서 3남3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서울중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고 2학년 때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벽구멍으로’가 가작 입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상식 때 교복 차림으로 나타나 신문사가 크게 놀랐다는 일화가 있다. 1964년 연세대 영문과 입학 후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내놓은 단편 ‘견습환자’가 당선됐다. 공군 신병 훈련소에서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소식을 접해 동료 훈련병들이 특별 외출을 받은 일화도 유명하다.

등단 후 그는 《별들의 고향》《도시의 사냥꾼》《불새》《겨울 나그네》 등 도시적 감수성을 섬세하게 그린 소설들을 썼다. ‘통속 소설’이라는 비판도 동시에 있었지만 그의 소설은 1970~1980년대 청년 문화를 이끌고 소설 붐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주류 문학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바보들의 행진’ ‘병태와 영자’ 등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1980년대 중반 가톨릭 세례를 받고 신앙을 갖게 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패기와 반항의 청년 작가로 알려졌던 그는 가톨릭 신자로 변신한 뒤 《잃어버린 왕국》《길 없는 길》《상도》《해신》《유림》 등 종교와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을 주로 발표했다. 《상도》와 《해신》은 TV 드라마로도 제작됐다.

“글 쓰는 일이 여전히 즐겁고, 앞으로 적어도 10년간은 무지막지하게 쓸 계획”이라고 2004년 말했던 그는 2008년 침샘암으로 투병 생활에 들어갔다. 투병 중에도 산문집 《하늘에서 내려온 빵》《최인호의 인연》《천국에서 온 편지》 등을 발표했다. 2011년 내놓은 장편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갔다.

올 들어서는 등단 50주년을 기념하는 산문집 《최인호의 인생》을 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처음엔 암을 나 자신의 죄 때문에 생긴 ‘주홍글씨’로 생각했지만 이제는 ‘고통의 축제’로 여긴다. 나의 기쁨은 누군가의 슬픔에 빚을 지고 있으며, 나의 아픔으로 인해 누군가의 건강이 회복되리라”고 쓰기도 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서울 주보를 통해 투병기를 연재해온 그는 지방으로 피정을 다니며 글을 쓰는 등 올초까지만 해도 호전된 모습을 보였지만 독자들의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세상을 떠났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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