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선 "경쟁제품 죽이기"
바이오의약품 업체인 메디톡스(사장 정현호)가 미국 앨러건사와 3898억원 규모의 차세대 보톡스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26일 공시했다. 계약금 6500만달러, 허가등록 시 성공보수 1억1650만달러, 판매개시 후 성공보수 1억8050만달러 등을 모두 합하면 3억6200만달러(약 3898억원)다.
회사 공시대로라면 이는 국내 화학·바이오의약품 분야를 통틀어 단일 수출계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아직 개발도 끝나지 않은 제품의 수출계약금이 이 회사의 지난해 연간 매출 362억원의 두 배다. 메디톡스는 보톡스의 바이오시밀러 격의 보톡스 ‘메디톡신’을 생산하는 업체다. 지난해 국내시장 점유율은 40% 내외다.
메디톡스는 그러나 앨러건과의 비밀유지 조항을 이유로 공시내용 외에는 일체 함구하고 있다. 계약금이 언제 들어오는지에 대해 메디톡스 관계자는 “계약 조건에 정부 승인이 떨어져야 최종 계약이 확정된다는 조건이 있기 때문에 계약금이 언제 들어올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톡스 주 원료인 보툴리늄 독소제재가 생물무기 금지협약 대상품목이라서 수출입 시 정부 허가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했다.
계약에는 메디톡스가 개발 중인 차세대 보톡스에 대해 앨러건은 ‘한국을 제외한 국가들’에서 배타적 권리를 갖는다는 내용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에서 임상 2상시험을 마친 차세대 보톡스의 3상시험부터 앨러건이 맡아 허가 등록까지 진행한다는 것이다. 신약 개발의 최종 성패를 좌우하는 임상 3상시험에 최소 2~3년이 걸리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록에도 평균 1년6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허가등록이나 판매성공보수 여부는 최소 4~5년 뒤에나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증권가 일각에선 이번 계약이 ‘앨러건의 경쟁제품 고사전략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차세대 보톡스를 자체 개발하고 있는 앨러건이 잠재 경쟁상대인 메디톡스의 제품 판권을 사들여 사장시키려 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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