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기 힘든 한국] '中企 아니면 모두 대기업'…법에 중견기업은 없다

입력 2013-09-26 17:21   수정 2013-09-27 03:41

코스닥시장에는 ‘소속부 제도’라는 게 있다. 투자자들이 종목을 고를 때 참고하라고 만든 것이다. 기업 재무상태와 규모에 따라 △우량 △벤처 △신성장 △중견 등 네 가지로 나뉜다. 예컨대 자기자본이 300억원을 넘거나 시가총액이 1000억원 이상이면 ‘우량 기업부’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특성 없는 종목들만 모아놓은 곳은 ‘중견 기업부’다. △우량 △벤처 △신성장 기업부는 특성에 따라 분류한 반면 중견 기업부는 이 세 가지 소속부에 포함되지 않는 기업들만 모아놓았다. 이러다 보니 코스닥시장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기업 중 상당수가 중견 기업부 소속이다. 유영식 중견기업연합회 상무는 “중견기업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아니면 전부 대기업

중견기업은 편의적으로 부르는 개념이다. 대부분 법에서는 중소기업이 아니면 다 대기업이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중소기업은 △상시근로자 1000명 △매출 1500억원(최근 3년 평균) △자산총액 5000억원 △자기자본 1000억원 중 하나라도 넘어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근거 법률인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상생법)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만 있을 뿐이다. 예컨대 자동차 내비게이션 1위 업체인 팅크웨어는 연 매출이 2000억원을 넘는다는 이유로 ‘대기업’으로 분류됐다.

동반성장위원회는 2011년 중소기업들로부터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을 받는 과정에서 내비게이션도 포함할 것을 검토했으나 막판에 포기했다. 내비게이션이 중기 적합업종에 포함되면 팅크웨어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거나 사업을 더 이상 확장하지 못하도록 규제해야 하는데, 동반위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말이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산업발전법만 중견기업 언급

중견기업연합회에 따르면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법’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법’ ‘산업기술혁신촉진법’ 등 17개 법에서 중견기업들은 대기업 규제를 동일하게 적용받고 있다. 이들 법은 중소기업이 아닌 기업들을 모두 대기업으로 간주한다.

중견기업을 언급하고 있는 법은 산업발전법이 유일하다. 하지만 중견기업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한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이 아니면서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속하는 대기업(자산 5조원 이상 그룹)도 아닌 기업이라고 정의한 수준이다.

○불이익에 목소리 내기 시작
중소기업에서 갓 벗어난 중견기업들은 자신이 대기업 취급을 받는 게 불편하면서도 그동안 목소리를 내는 데에는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중견기업이 ‘중소기업 보호 정책’ 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불이익을 받으면서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중견기업들은 ‘중견기업 범위’를 법에 명시하는 작업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중소기업기본법과 비슷한 ‘중견기업육성법’을 제정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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