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은의 LS전선 '바다의 왕자'로

입력 2013-09-26 17:30   수정 2013-09-27 00:52

해저케이블 '진격'…세계 1위가 "한 수 배웁시다" 할 정도

CEO 투데이 - 취임 9개월 만에 '한마디'
"초고압·해저케이블 주력…해외 자회사 구조조정…정말 튼튼한 회사 만들것"



올 들어 LS전선엔 두 개의 악재가 있었다. 국내 자회사인 JS전선이 원전 비리 사건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은 게 첫 번째고, 2008년 인수한 미국 자회사 슈페리에에식스의 실적 악화가 두 번째다.

때문에 구자은 LS전선 사장(49·사진)은 지난 1월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한 뒤 두문불출했다. 글로벌 3위 전선 회사의 경영자인데다 LS가(家) 2세 경영인 8명 중 마지막으로 CEO에 올라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외부 행사에 일절 참석하지 않고 경영에만 매달렸다. 그랬던 그가 취임 9개월 만에 처음 입을 열었다. 지난 25일 서울 고려대에서 열린 그룹 채용설명회에서다.

구 사장은 설명회 후 기자와 만나 “회사를 맡고 힘든 일이 많았는데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로 원전비리 부담만큼은 다소 덜 수 있게 됐다”는 말로 운을 뗐다. 지난 10일 검찰 원전비리 수사단은 JS전선의 금품로비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과제는 슈페리에에식스. 이 부분에 대해 그는 ‘경영 효율화’라는 말을 꺼냈다. 구 사장은 “LS전선만 따지면 이익이 많이 나는데,(지분법 손실이 반영되는) 슈페리에에식스 때문에 실적이 나빠져 이 부분은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LS전선은 지난 2분기 1조9282억원 매출에 16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슈페리에에식스 손실이 커져 1년 전보다 매출은 8.8%, 영업이익은 60.2% 감소했다.

구 사장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지역으로 유럽을 꼽았다. 그는 “슈페리에에식스는 미국 회사지만 실제 본사는 프랑스에 있고 대부분의 생산시설이 독일에 있다”며 “지난 5년간 유럽 경기가 침체돼 많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슈페리에에식스 부진 때문에 LS전선 직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이 회사의 유럽 인력 구조를 효율적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유럽의 노동 유연성이 낮아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래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가능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회사 문제만 해결되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LS전선이 차세대 먹거리인 초고압 케이블과 해저 케이블에서 너무 잘하고 있기 때문에, 두 가지 악재만 넘어서면 “정말 튼튼한 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 사장은 “해저 케이블 시장은 세계 1,2위 전선업체인 이탈리아 프리즈미안과 프랑스 넥상스가 양분하던 시장이었다”며 “최근에는 우리가 너무 잘 만드니 프리즈미안과 넥상스가 좀 배우자고 할 정도로 긴장하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LS전선은 작년 6월 넥상스가 버티고 있는 프랑스에서 처음 초고압케이블 프로젝트를 수주한 데 이어 지난 2월엔 프리즈미안과 넥상스를 제치고 처음 유럽 해저 케이블 시장을 뚫었다.

구 사장은 LS그룹의 공동 창업자 중 한 사람인 고(故)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외아들로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1990년 미국 시카고대 MBA를 나온 직후 GS칼텍스(옛 LG정유)에 입사해 2002년부터 LG전자 상하이지사 등에서 일했다. LS그룹이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된 2003년 LS전선으로 이동해 지난해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된 뒤 올초 CEO 자리에 올랐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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