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초연금 후퇴, 정치권 누구도 돌 던질 자격 없다

입력 2013-09-26 17:53   수정 2013-09-26 21:05

기초연금이 결국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하위 70%에게 월 10만~2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으로 어제 국무회의에서 결정됐다.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준다는 대선공약을 수정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르신 모두에게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가 생겨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복지 후퇴는 없다고 강조해왔지만 당장 세수가 구멍나는 판에 달리 방도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성난 민심이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준다고 했다가 못 주겠다는 것만큼 야속한 게 없는 법이다.

기초연금은 원안고수도 문제지만 수정안도 문제가 적지 않다. 이대로라면 20년 이상 국민연금에 가입한 40~50대는 기존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을 받는 것보다 되레 불리해진다. 기초노령연금은 월 최고 9만6800원에서 2028년 20만원으로 오르지만, 기초연금은 10만원만 지급되는 탓이다. 실제 정부 재정추계로도 2030년이 되면 기초연금(49조3000억원)이 기초노령연금(53조6000억원)보다 덜 나가게 돼 있다. 관료들이 온갖 꼼수로 주물럭거리다 개악해 문제만 더 꼬였다. 그럼에도 장관들은 뒤로 숨고, 주무장관은 도망치듯 사퇴 소동이며, 청와대 비서진은 누구 하나 나서는 이가 없다.

민주당은 ‘공약 먹튀’라며 맹공을 퍼붓는다. “국회에서 공약을 100% 지키게 만들겠다”고 단단히 벼른다. 야당 동의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는 국회이니 엄포만도 아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그럴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민주당의 대선공약은 ‘노인 80%에 월 18만원’으로 정부안과 대동소이했다. 이제와서 자신의 공약은 의미가 없고 정부는 공약 지키라는 것은 기초연금을 정쟁수단으로 여기는 꼴이니 국민 눈에는 오십보백보다.

애초에 기초연금은 노인 빈곤율이 OECD 평균의 세 배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문제의식은 온데간데 없고 선거판 포퓰리즘 공약과 정치권의 당리당략으로만 남고 말았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야당일 때는 기초연금 늘리라고 아우성치다 여당이 되면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는 게 난형난제다. 진정 노인 빈곤을 걱정한다면 정치권은 솔직하게 반성부터 해야 마땅하다. 복지공약마다 이런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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