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메르켈 獨총리 3선 성공…경제성공 이끈 타협의 리더십

입력 2013-09-27 13:57  

‘디 메르켈 레푸블리크(Die Merkel-Republik·메르켈 공화국).’

독일 슈피겔은 지난 22일 밤(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인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의 분데스타크(연방하원) 총선 승리를 보도하며 메르켈 총리의 3선 확정을 이같이 묘사했다. 이로써 메르켈 총리는 2005년, 2009년에 이어 세 번째 총선에서도 이기면서 2017년까지 임기 4년의 총리직을 수행하게 됐다. 이는 11년간 영국 총리를 지낸 마거릿 대처의 기록을 넘어서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최초의 여성, 동독 출신, 최연소 취임 총리라는 타이틀과 더불어 3선 연임 성공이라는 명예까지 거머쥐었다.

# 온화함과 단호함의 리더십

독일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CDU·CSU 연합은 41.5%의 득표율로 분데스타크 의석 중 311석을 가져갔다. 과반에서 5석 모자라는 압승이다. 제1야당 사회민주당(SPD)의 득표율(25.7%)과 의석(192석)을 크게 앞섰다. 이번 승리로 동독 출신의 ‘정치 이방인’이었던 메르켈은 콘라트 아데나워, 헬무트 콜에 이어 독일에서 2차대전 이후 3선에 성공한 세 번째 총리를 예약했다. 특히 개인지지율이 60%를 웃돌아 통일 이후 가장 인기있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독일에선 메르켈 총리를 강인하고 책임감 강한 포용력을 강조한 애칭인 ‘아이제르네 무티(Eiserne Muttiㆍ철의 엄마)’로 부른다. 하지만 그리스와 스페인 등에서 그의 별명은 ‘프라우 나인(Frau Nein·독일어로 ‘아니요 부인’이란 뜻)’이다. 이는 온화함과 단호함이라는 메르켈의 이중적 리더십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슈피겔은 “유럽 경제와 정국이 불안한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안정적인 손’을 원한다는 사실을 메르켈 총리만큼 잘 알고 있는 정치인은 없다”고 평가했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독일 내 원전 전격 폐기 선언과 징병제 폐지 등 SPD와 녹색당 등 진보진영 주장을 폭넓게 수용했던 타협의 리더십 또한 성공의 주요인으로 꼽았다.

# 성장강화·고용촉진에 초점

유럽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남유럽에 긴축 재정을 강력히 요구해 관철하는 ‘뚝심’을 발휘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경제위기 속에서도 실업률 6.8%, 집권 기간(2005~2012년) 평균 2.7%의 경제성장을 이끌며 독일을 유럽 최강 자리에 올려놓았다. 독일의 저명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메르켈에게 ‘메르키아벨리(Merkiavelli)’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메르켈과 현실주의 정치철학자 마키아벨리의 이름을 합친 말이다.

메르켈 총리는 1977년 물리학도인 울리히 메르켈과 결혼했으나 1982년 이혼했다. 메르켈은 첫 남편의 성(姓)이다. 1998년 현 남편인 화학과 교수 요아힘 자우어와 재혼했다. 자녀는 없다. 메르켈 총리는 “해외 출장을 앞두고도 남편 아침 식사는 꼭 챙긴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메르켈 총리는 경기침체의 위기를 차분히 넘기면서 지지율을 높였다”며 “앞으로 노동생산성 향상과 성장동력 강화, 고용 촉진 등에 더욱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또 “노르웨이에 이어 독일에서도 우파가 정권을 잡으면서 유럽 전역에서 경제위기에 따른 보수 정당의 승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르웨이는 지난 9일 치러진 총선에서 우파 계열 4개 정당이 좌파 계열을 누르며 8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뤘다.

#대연정 구성 성공 여부가 과제

메르켈 총리의 눈앞에 놓인 숙제가 있다. 바로 대연정 구성이다. CDU·CSU 연합은 이번 총선에서 단독 과반(316석)의 벽을 넘지 못했다. 특히 기존 연정 파트너였던 자유민주당(FDP)은 득표율이 4.8%에 그쳐 의회 진출에 실패했다. FDP가 분데스타크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1949년 창당 이후 64년 만에 처음이다. 반면 독일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탈퇴와 이민규제 정책 강화의 기치를 내건 극우성향 신생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이번 총선에서 4.7%의 표를 얻었다. 비록 득표율 5%에 못 미쳐 의회 진출은 안 됐지만, 독일 내에선 “극우파들의 존재감이 드러났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총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미 SPD 측과 접촉을 했고 조만간 지도부 회의가 열릴 예정”이라며 “우리에겐 지금 안정적인 정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PD의 총리 후보였던 페어 슈타인브뤼크는 “메르켈 총리의 새 정부에선 아무 직책을 맡지 않겠다”며 “공은 이제 메르켈 진영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사실상 현재로선 대연정 제의를 거부한 것이다.

슈피겔과 FT 등 유럽 언론들은 “메르켈과 여당이 SPD와 보수-진보 대연정을 꾸리려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독일 여론조사기관 포르사의 만프레드 겔너 대표는 “단 몇 석 차이로 과반을 놓쳐 연정 구성을 논해야 하는 상황에서 향후 메르켈 총리 정부는 기이한 형태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


독일 선거제도는 지역구·정당 ‘1인2표제’

독일의 현행 선거제도는 1949년 옛 서독 정부 수립 이후 만들어진 관련 법들을 기초로 한다. 선거권 및 피선거권은 만 18세 이상 독일 국적자에게 주어진다. 독일은 정당명부제를 채택하고 있다. 유권자가 지역구 후보와 정당에 1표씩 투표하는 1인2표제다. 한 사람이 지역구 및 비례대표 후보로 중복 출마할 수 있어 지역구에서 낙선하더라도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다.

정당별 의석은 정당 득표율로 배분된다. 득표율이 5% 미만인 정당은 의회에 진출하지 못한다. 분데스타크(하원)의 원래 정원은 598석(지역구 299석, 비례대표 299석)이다. 하지만 지역구 당선자 수가 미리 정해진 의석 수보다 많을 경우 이들을 위한 의석을 추가 배정한다. 예컨대 전체 의석상 한 정당에 6석이 배정된 특정 주에서 한 당이 지역구 의석(8석)을 싹쓸이할 경우 두 명의 추가 당선자가 나오는 것이다. 올해 선거에선 32석의 지역구 초과 의석이 생겼다.

독일의 선거 방식이 이처럼 복잡해진 이유는 독일이 16개주로 구성된 연방제 국가임을 감안함과 동시에, 과거 나치와 같은 거대 독재정당의 출현을 사전에 막고자 하기 위해서다.

양원제인 연방의회는 분데스타크가 실권을 갖는다. 상원은 별도 선거 없이 16개주의 각료 및 시장 등으로 구성된다. 총리는 대통령이 후보를 지명한 뒤 분데스타크 의원 과반의 찬성으로 선출한다. 주로 분데스타크 총선 이전 각 정당에서 총리 후보를 미리 뽑는다. 이번에 3선 연임에 성공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독일 집권여당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의 대표이자 총리 후보였다. 제1야당 사회민주당(SPD)의 총리 후보는 페어 슈타인브뤼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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