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없이 1조 투자 무리"… STX에너지 입찰 '불참'
태국 재해경보·터키 터널… 해외 추진사업 '올스톱'
회장 형제의 동시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SK는 일요일인 29일에도 상당수 임직원이 회사에 나와 현안을 점검하는 등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SK는 앞으로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김창근 의장(인재육성위원장)과 구자영 글로벌성장위원장(SK이노베이션 부회장), 하성민 전략위원장(SK텔레콤 사장) 중심으로 경영이 이뤄질 전망이다.
김 의장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대부분 출근해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다. 김 의장은 항소심 결과가 나온 지난 27일 심야에 전 계열사 CEO를 소집, 대책을 논의한 데 이어 이날도 핵심 경영진과 머리를 맞댔다. SK 관계자는 “소버린이 경영권을 위협했던 2003년 이른바 SK사태 때보다 상황이 더 엄중하다는 판단에 따라 직원들이 초긴장 상태”라며 “창립 60년 만에 가장 큰 위기가 왔다”고 우려했다.
그룹 법무팀은 판결문을 항목별로 분석하며 상고심 준비에 들어갔다. SK 측은 “핵심 증인인 김원홍 씨의 증언을 듣지 않고 강행한 재판인 만큼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른 시일 내에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김씨가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드러나면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 환송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씨가 최태원 SK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가능성도 있어 김씨 조사가 SK 측에 유리할지 불리할지 성급하게 예측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또 김씨를 법정에 세우지 않고 재판한 것이 파기 환송 사유가 될 것인지를 두고도 분석이 엇갈린다. 법조계 관계자는 “2심 재판 중에 대만에서 체포된 김씨를 증인으로 채택해달라는 SK 측의 주장을 재판부가 증거로 제출된 녹취록과 관계자 증언 등을 이유로 들어 기각했다”며 “이는 재판부가 ‘김씨에 대해 판단을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2심 판결에 김씨에 대한 판단이 포함됐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김씨가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최 회장 형제의 판결 내용에 영향을 미칠 만한 증언을 하면 대법원에서 다툼의 소지가 많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구속된 지 8개월이 지난 최 회장에 이어 최 수석부회장까지 수감되면서 SK는 신사업 추진 등 경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등 신사업 추진을 맡은 최 수석부회장의 구속으로 일부 프로젝트는 완전히 멈췄다.
최 수석부회장이 대표이사 부회장인 발전회사 SK E&S는 항소심 재판 당일 마감한 STX에너지 본입찰에 참여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인수전은 포스코, LG·GS컨소시엄, 삼탄의 3파전으로 압축됐다. 애초 입찰 참여를 검토했던 SK E&S는 최대 1조원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투자를 오너 없이 밀어붙이기는 무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SK 관계자는 “태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조기재해경보시스템 사업과 석유저장창고 건설, 터키 화력발전소 사업 진출 등 검토 중인 주요 해외 사업이 속도를 내기 어렵게 됐다”고 했다.
박해영/배석준 기자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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