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유레카'…부작용이 '대박 치료제'로

입력 2013-09-29 17:33   수정 2013-09-30 01:20

HIV감염세포 자살 유도…에이즈환자 완치 확인
비아그라 등 이어 히트 예고



“발가락이 간지러워 무좀약을 발랐더니 에이즈가 나았다.” “협심증 치료제를 먹었는데 엉뚱하게 발기부전 문제가 해결됐다.”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성공한 약 중 상당수는 당초 치료 목적에 반하는 부작용의 산물이었다. 지난 23일 미국 헬스데이뉴스가 보도한 발톱 무좀 치료제 시클로피록스(ciclopirox)가 에이즈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소식은 또 하나의 대박 신약 탄생을 예고했다.

마이클 매슈스 미국 뉴저지 럿거스대 의과대학 박사는 시클로피록스가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세포의 자살을 유도해 에이즈를 완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시클로피록스는 투여를 중단해도 HIV가 되살아나지 않기 때문에 HIV를 완전히 뿌리 뽑지 못해 평생 복용해야 하는 기존의 에이즈 치료제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좀약의 변신이 20조원에 달하는 에이즈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고한다.

발기부전 치료제로 널리 알려진 비아그라도 당초엔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된 것이었다. 1990년대 초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된 실데나필은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실망했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임상시험 중 실데나필을 복용한 남성에게서 발기현상이 나타난 것에 주목한 것이다. 이 약의 제조사 화이자는 실데나필의 개발 방향을 급선회해 1998년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로 출시했고, 이 약은 현재 20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대머리 총각에게 희망이 된 탈모치료제 중 두 가지는 다른 약의 부작용이 치료제 개발로 연결된 케이스다. 미국 제약사 MSD가 당초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 출시한 프로스카는 남성 모발이 증가하는 ‘부작용’을 유발했고,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의 출시로 연결된 것이다.

또 다른 탈모치료제 미녹시딜도 당초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두피에 바를 경우 사용부위의 혈류량이 증가해 발모를 촉진시킨다는 사실이 발견되면서 탈모치료제로 변신했다.

주름 개선이나 간단한 미용성형 등에 널리 사용되는 보톡스는 처음에는 근육 경련 치료제로 개발돼 안과에서 사시 교정에 쓰이던 약물이었다. 눈 주변 근육을 마비시켜 사시를 교정하는 치료를 하던 중 우연히 눈가 주름이 펴지는 효과가 발견돼 주름개선제로 거듭났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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