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미생물의 대사작용을 이용해 나무 찌꺼기 등에서 가솔린(휘발유)을 생산하는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사진) 연구팀이 대장균의 지방산 대사회로를 개량하는 방법으로 잡초, 조류 등에서 가솔린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29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과학저널 네이처 30일자에 실렸다.
옥수수, 볏짚, 해조류 등 식물을 이용해 바이오 연료를 만드는 기술은 화석 연료 고갈 이후 계속 이용할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옥수수를 이용한 바이오 에탄올, 식물 기름을 이용한 바이오 디젤 생산 기술이 개발됐지만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기에는 가솔린에 비해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를 보였다.
연구팀은 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해 원하는 화합물을 생산하는 대사공학 기술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가솔린을 생산했다. 미생물은 식물 찌꺼기에서 지방산을 합성해 필요한 세포막을 만들거나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미생물에서 지방산은 전체 세포의 1%도 되지 않을 만큼 소량에 불과해 이를 연료로 사용하기 어려웠다. 또 이렇게 생산된 지방산은 탄소 수가 13개 이상이어서 4~12개의 탄소 사슬로 구성된 가솔린으로 만들려면 생산한 바이오 디젤을 가솔린으로 바꾸는 추가 공정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대장균 유전자를 조작해 지방산을 생산하는 속도를 높이는 방법을 이용했다. 또 대사 경로를 바꿔주는 효소를 사용해 짧은 탄소 사슬로 구성된 가솔린을 생산하도록 만들었다. 2010년 미국의 한 벤처기업이 미생물을 이용해 바이오 디젤을 소량 생산하는 논문을 발표했지만 별도의 공정 없이 가솔린을 생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솔린 생산량은 대장균 배양액 L당 580㎎ 수준이다.
이 교수는 “상용화 시기를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생산 효율이 낮은 수준이지만 미생물 대사공학을 개량해 가솔린을 처음 생산한 게 의미 있는 결과”라며 “가솔린 생산성과 수율을 높이는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가솔린뿐만 아니라 계면활성제, 윤활유 등으로 이용할 수 있는 알코올 및 바이오 디젤 생산도 가능하다. 기존 석유 기반 화학산업을 바이오 기반으로 바꾸는 기반 기술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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