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길 위에 서다

입력 2013-09-30 07:00  

사진으로 떠나는 여행

겨울연가 촬영지로 유명한 남이섬…하늘 높이 뻗어있는 메타세쿼이아 장관
영동고속도로 휴게소 뒤편의 강릉 바우길…한양가던 선비처럼 두발로 걸어보자



길은 사람들이 걸어온 발자취다. 그 길과 길이 쌓여 역사가 된다. 길 위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이 있고 추억이 깃들어 있다. 짙어가는 가을 전국의 아름다운 길을 찾아 행복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남이섬 메타세쿼이아 길

남이섬은 조선 세조 때 28세로 병조판서에 오른 남이 장군의 묘가 있어 붙은 이름이다. 원래 북한강 위에 반달처럼 생긴 남이섬은 청평댐이 건설되면서 온전히 섬이 됐다. 아름다운 숲을 품은 남이섬은 1965년부터 수재 민병도 선생이 나무를 심기 시작하면서 새롭게 태어났다. 1970~1980년대에는 젊음을 상징하는 ‘강변가요제’가 열렸고,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국내 여행객뿐만 아니라 외국인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남이섬은 행정구역상 춘천에 속하지만 가평에 있는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간다. 섬 곳곳에 둘러볼 곳이 제법 많아 자전거를 타고 하이킹을 즐겨도 좋지만, 시간을 두고 걸어서 둘러보는 것이 제격이다. 남이 장군 묘를 지나 잣나무 길부터 자작나무숲, 아카시아나무 군락, 편백나무 군락이 있으며, ‘겨울연가’ 촬영지로 일약 남이섬의 대표 명소가 된 메타세쿼이아 길도 만난다. 남이도예원, 노래박물관, 드라마 갤러리, 남이섬역사문화관 등의 전시관과 도예, 유리공예, 환경학교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선비와 장사꾼이 걷던 강릉 바우길

아흔아홉 굽이 대관령을 두 발로 걸어보는 길이다. 1970년대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대관령은 차로 넘어가는 고개가 됐다. 하지만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와 장사꾼이 걷던 옛길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강릉바우길(baugil.org)로 이름 붙여진 이 길은 옛 영동고속도로 상행 방향 휴게소 뒤편에서 출발해 국사성황사와 반정을 지나 대관령자연휴양림으로 내려오는 총 7.9㎞의 숲길이다. 낙엽송과 전나무들이 호위하는 계곡을 따라 걸으며 치유의 힘을 얻자. 경사가 완만한 내리막길이라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도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다.

울창한 숲과 인간의 손때가 묻지 않은 계곡이 이어지는 길에는 숨은 이야기도 많다. 임진왜란 때 대관령을 지킨 고승의 전설이 깃든 국사성황사, 과거 보러 떠나는 선비와 봇짐장수들의 애환이 서린 주막거리가 남아 있다.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가 이 길을 걸어 한양으로 떠났으니 전설과 추억, 역사가 있는 길이다. 목질이 뛰어난 대관령자연휴양림의 금강소나무 숲도 이 길의 보석이다. (033)645-0990

◆숲과 강이 생명 주는 지리산 둘레길

한반도를 떠받치는 어머니와도 같은 산이 지리산이다. 지리산둘레길(dulle.hygn.go.kr)은 지리산 자락에 기대어 사는 마을과 그곳 사람들을 만나는 생명의 길이다. 지리산 능선을 넘는 산행이 아니라 숲길과 마을길을 연결한 트레킹 코스로, 가족과 함께 걸어도 좋다. 전북과 전남, 경남을 아우르는 지리산둘레길은 총 274㎞에 이른다.

22개 구간 중 경남 함양에서 산청을 지나 하동에 이르는 길은 지리산의 동쪽과 남쪽을 돌아보는 코스다. 6·25전쟁의 아픈 역사를 만나는 길이자 숲과 강이 주는 생명의 기운이 함께하는 길이다. 산청의 들을 적시는 경호강을 지나 하동 땅으로 접어들면 섬진강이 길을 안내한다.

소설 ‘토지’의 배경인 악양 들녘이 한눈에 들어오는 입석마을을 지나 화계계곡에 이르면 행정구역은 전남 구례로 바뀌고, 길은 지리산의 서쪽과 북쪽을 잇는 남원 땅으로 접어든다. 안내 표지판이 꼼꼼하게 설치돼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각 코스 시작과 끝 지점 마을엔 숙박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055)974-0898

◆동해와 함께 걷는 영덕 블루로드

경북 영덕군 강구면의 ‘영덕 블루로드’(blueroad.yd.go.kr)는 강구항을 출발해 축산항을 거쳐 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르는 50㎞의 해안길이다. 삼척의 관동대로와 더불어 도보 여행을 위해 조성됐다.

영덕 블루로드는 이름처럼 걷는 내내 푸른 동해가 함께한다. 현재 3개 코스로 구성돼 있으며 A코스는 대게 집산지인 강구항에서 해맞이공원을 잇는 17.5㎞ 구간이다. 해맞이공원 맞은편에는 영덕풍력발전단지와 신재생에너지전시관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하기 좋은 코스다.

B코스는 해맞이공원에서 경정리(대게원조마을)를 지나 축산항을 잇는 15㎞ 구간이다. 경정리에서 축산항을 잇는 해안길은 영덕블루로드 세 코스 중 해안 풍경이 가장 뛰어난 구간이다. C코스는 축산항에서 대소산 봉수대와 괴시리전통마을을 거쳐 고래불해수욕장을 잇는 17.5㎞ 구간이다. 축산항에서 대소산 봉수대까지는 등산 코스를 따라가기 때문에 조금 힘들 수도 있지만, 봉수대에서 바라보는 축산항과 죽도산은 수고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멋스럽다.

(054)730-6514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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