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문화·예술·음식 가득한 멜버른 골목은 '영화속 풍경'
거친 파도 옆 절벽 따라 달리면 우뚝 솟은 기암괴석 모습 장관
호주 사람들의 운명이 부럽다. 정확하게는 빅토리아주 멜버른에 사는 사람들이 부럽다. 자연, 문화, 와인, 음식, 도심 특유의 공기,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최고 수준으로 갖춘 멜버른에 사는 이들의 삶에 질투를 느낀다. 멜버른은 여행자의 시간이 유난히 빠르게 흐르는 도시, 언젠가는 꼭 한번 살아 보겠노라 다짐하게 되는 아름다운 도시다.
패션과 스타일의 도시 멜버른
멜버른 여행의 시작점은 플린더스 스트리트다. 호주 최초의 기차역인 플린더스 기차역을 비롯해 1891년 지어진 고딕 양식의 세인트폴 성당이 있고, 다양한 문화행사는 물론 멜버른 사람들의 일상까지 엿볼 수 있는 페더레이션 광장이 있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배경이 된, 그라피티가 빼곡히 그려진 호시어 레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빼곡히 그려진 벽화를 감상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의 작품을 찾아보자. 말 그대로 ‘숨은 그림 찾기’의 재미가 있다. 멜버른은 과거에 이탈리아 이민자들의 터전이었다. 때문에 롱 블랙, 쇼트 블랙이라 부르는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 스타일의 커피가 맛있기로 유명하다. 커피보다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은 패션이라고 생각될 만큼 거리 곳곳에 멋지고 다채로운 스타일의 사람들이 가득하다. 멋진 사람들은 자신의 삶도 멋지게 향유하기 마련이다. 도심의 유명한 쇼핑거리를 다녀보면 패션의 메카인 뉴욕, 런던, 파리에 못지않게 근사한 도시라는 걸 느낄 수 있다.
패션뿐만 아니다. 음식, 디자인, 예술, 문화 전반에 걸친 모든 것들에 개성과 생기가 가득하다. 멜버른을 구성하는 다양한 문화와 스타일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콜린스 스트리트에 자리한 블록 아케이드에서 시작한다. 1890년대 초반에 지은 건물로 이탈리아식 모자이크 타일 바닥과 팔각형의 돔형 유리 천장, 정교한 레이스 문양의 석조 기둥 장식 등이 19세기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맞게 고급스럽고 유서 깊은 상점들이 입점해 있다. 리틀 콜린스 스트리트 방향으로 이동하다 만나는 카페 골목에서는 멜버른 사람들의 일상을 조금 더 깊이 엿볼 수 있다. 좁은 골목이 길게 늘어서 있어서 그들이 무엇을 마시고, 먹고, 입고, 보는지 아주 자세히 보인다. 골목 자체가 영화 속 풍경 같은 느낌이다.
골목을 지나면 멜버른에서 가장 오래된 아케이드인 로열 아케이드가 나온다. 로열 아케이드에서 나가면 보크 스트리트의 GPO에 닿는다. GPO는 멜버른의 역사적 유적지인 중앙우체국(General Post Office)의 본체 위에 현대건축을 더해 리모델링을 한 뒤 2004년 쇼핑몰로 단장했다. 멜버른의 쇼핑, 음식, 패션 명소로 자리잡았다.
GPO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인 플린더스 레인에서 스완 스톤까지 이어지는 캐시드럴 아케이드는 젊은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의 창의적인 아이템으로 가득하다. 거리 구석구석의 그라피티와 아기자기한 작은 카페들은 도시에 활기를 더하고 멜버른을 멜버른답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명품 상점 밀집 지역인 콜린스 스트리트, 멜버른의 유명 디자이너 부티크가 몰려 있는 리틀 콜린스 스트리트, 호주 예술가들의 터전이자 아티스트 공방이 많은 브런즈윅 스트리트도 각각 거리의 특색에 맞는 다양한 볼거리로 가득하다. 야라강 남쪽에 위치한 세인트 킬다 해변을 따라 늘어선 선데이 마켓에서는 200여개의 상점이 자신들이 만든 각종 수공예품과 작품 등을 판매한다. 몇몇 제품은 정식 매장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수준이 높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웅장한 자연
멜버른에서 차로 두 시간 반 거리에 그레이트 오션 로드가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9년, 귀향한 군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13년짜리 초대형 도로공사의 결과물이다. 멜버른의 남서쪽 토키에서 서쪽의 와남불까지, 거친 파도를 곁에 두고 절벽 위를 달리는 길이 무려 243㎞나 된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빼고는 호주를 이야기할 수 없다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시작점인 토키 해안은 서퍼들의 천국이라는 수식답게 크고 작은 파도가 쉴 새 없이 다양한 리듬으로 밀려든다. 키아누 리브스와 페트릭 스웨이지 주연의 영화 ‘폭풍 속으로’의 배경이 됐던 곳이기도 하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하이라이트는 호주 정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 보호하고 있는 포트 캠밸이다. 태평양 위, 기암괴석들이 우뚝 솟은 풍경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일몰이 되면 파도가 깎고 빚어낸 기암괴석들이 붉은 옷을 덧입는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거세게 밀려드는 깊고 푸른 바다와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바위들이 서 있는 장관은 숨이 멎을 지경이다.
포트 캠벨 국립공원의 다른 이름은 두 가지다. 첫째는 ‘12사도 해상국립공원’이다. 바다 위의 기암괴석이 예수의 열두 제자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누가 언제 붙인 이름인지에 대한 유래는 없다. 수만년에 걸친 파도의 침식 작용에 4개의 바위가 무너져 내려 현재는 12개의 바위 중 8개만이 남아 있다. 2007년, 바위가 무너져 내려 세계적으로 이슈가 됐던 기억이 아직까지 아련하다. 두 번째 다른 이름은 ‘십렉 코스트’다. 우리말로 바꾸면 난파선 해안이다. 거친 파도 때문에 침몰한 80여척의 배들이 십렉 코스트 바다 아래 가라앉아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차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리거나 아폴로 베이에서 12사도상까지 트레킹하는 그레이트 오션 워킹 투어에 참가하거나, 헬기투어를 이용한다. 어느 방법이건 웅장하고 신비한 자연의 경이로움 앞에 인간의 언어적 한계와 나약함을 여실히 느끼게 된다.
질 좋고 다양한 와인을 즐기는 재미
호주의 자연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은 넓은 평원에 끝없이 펼쳐진 와이너리다. 멜버른에서 한 시간가량 이동하면 호주 최상급 재배지로 손꼽히는 야라 밸리가 있다. 60여개의 크고 작은 와이너리가 산재해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와이너리는 프랑스 모엣 샹동과 호주 와인을 대표하는 예링이 공동 운영하는 도메인 샹동이다. 이곳에서는 ‘그린포인트 투어’를 운영한다. 그린포인트란 야라 지역에서 여름이 가장 빨리 찾아오고 가장 마지막까지 녹음이 남아 있다고 해서 붙여진 지역의 이름이자 이곳에서 만들어져 수출하는 스파클링 와인의 이름이다.
투어를 통해 도메인 샹동의 역사와 와인 제조 과정을 견학한 후 네 종류의 스틸 와인과 네 종류의 스파클링 와인을 맛볼 수 있다.
멜버른에서 야라 밸리로 이동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벨그레이브역에서 퍼핑빌리로 이동하는 방법을 적극 추천한다. 기차와 버스를 갈아 타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1900년부터 운행해온 증기기관차를 타고 단데농산맥의 울창한 숲을 칙칙폭폭 달리는 기분은 말할 수 없이 상쾌하다. 경쾌한 경적소리, 기차가 뿜어내는 흰 연기, 초록의 전원마을, 계곡을 가로지르는 오래된 빨간 기차, 달리는 기차를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지역 주민과 그에 답례하는 여행객까지…. 모든 것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여행팁
사용 언어는 영어다. 화폐는 호주달러를 사용한다. 멜버른까지 가는 대한항공 직항은 지난 3월 운항을 중단했다. 인천에서 출발하는 동남아시아 항공사들을 이용하면 싸게 항공권을 살 수 있다. 대중교통은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편하다. 여행자를 위해 시내순환선으로 운행하는 무료 트램을 이용하면 도심 곳곳의 관광명소를 돌아볼 수 있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헬기투어(12ah.com.au) 정원은 조종사를 포함해 4명이다. ‘그레이트 오션워크’(greatoceanwalk.com.au)는 7박8일에 걸쳐 총 91㎞의 해안 절벽을 따라 트레킹 하는 프로그램.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점이 매력이다. 호주정부관광청 홈페이지(australia.com/ko) 참조. (02)399-6506
멜버른=문유선 여행작가 hellomygra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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