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과장 & 李대리] 훤한 이마…딱보니 임원相이로다·동안의 비애…억울함도 팔자려니

입력 2013-09-30 16:58   수정 2013-09-30 22:27

직장 생활 '관상'과 '선입견' 사이

동안의 비애…억울함도 팔자려니
'노티' 나게 입어도…협력사 간부회의 '급이 안맞잖아' 번번이 오해

자네는 왜 '오만상'?
눈 나쁜데 안경·렌즈 안 끼고 항상 미간 찌푸리는 사원…'회사에 불만있나' 제 무덤 파




대기업 A사에서 근무하는 나 상무는 나이가 들면서 얼굴에 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주말마다 골프를 하면서 자외선 차단제를 챙겨 바르지 않은 탓인지 주근깨만 했던 점들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왕 중의 왕’은 미간의 큰 점. 마흔이 넘어 생긴 이 점은 이제 멀리서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부처님처럼 눈썹 사이에 점이 있다 보니 나무아미타불, 나부처, 나보살 등의 별명이 붙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이런 별명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여러 차례 점을 빼려고 했지만 어머니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그의 어머니는 나 상무가 승진하게 된 것은 이 ‘복점’ 때문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다. “양쪽 눈썹 한가운데 있으면 좋지 않지만 한쪽으로 약간 치우친 점은 절대 빼면 안 된다”는 관상가의 말 때문이다.

최근 영화 ‘관상’이 흥행하면서 직장인 사이에 관상(觀相)이 화제가 되고 있다. 얼굴만 보고 운명과 성격을 판단하긴 힘들지만 외모가 첫인상을 좌우한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외모 때문에 울고 웃는 김 과장 이 대리들이 적지 않다.

○벗겨진 머리에 임원 대접

중견기업 B사에서 일하는 최 부장은 3대째 이어지는 ‘대머리 집안’ 출신이다. 20대부터 유독 헤어라인이 이마 위로 솟아 ‘조짐’을 보이더니 30대 초반부터 벗겨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스트레스를 받아 가발을 맞춰볼까 생각했다. 하지만 익숙해지니 좋은 점도 의외로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가장 좋은 점은 직급보다 높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것. 어디를 가나 나이 지긋한 임원 대접을 받기 때문이다. 과장 시절 부장과 비즈니스 미팅에 나가면 상대방 회사 임원이 그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건네기 일쑤였다. 회사 경비실 직원들이 임원만 주차할 수 있는 지하 1층 VIP 주차장까지 안내하고 엘리베이터를 잡아주기도 했다. 조문을 하기 위해 상가에 가도 상석을 내준다.

처음엔 민망해 손사래를 쳤지만 나중에는 굳이 설명하기 귀찮아 모른 척하고 지내다 보니 익숙해졌다. 최근 영화 관상을 본 최 부장은 “내가 사장이 될 상이냐”며 팀원들에게 농담을 던진다. “과장일 때 이미 부장처럼 살았고 지금은 고참 임원급 대우를 받고 있으니 사장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네요.”

중견기업 C사의 김 대리는 얼마 전 거래처 직원을 만나 큰 실수를 한 경험이 있다. 거래처 직원도 그와 같은 대리였는데, 머리가 많이 벗겨지고 찌들어 보였던 것. 명함을 교환할 때 김 대리는 자신도 모르게 그 직원의 정수리를 쳐다보며 불쑥 “아…대리님이셨나요?”라고 말해 버렸다. 그는 자신이 내뱉은 말에 거듭 사과했고, 그 직원은 웃으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나온 실수에 김 대리는 한동을 자신을 탓했다. “그날 이후 그 거래처 직원과 얘기하면서 ‘저 사람처럼 나도 대머리가 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에 상대방의 정수리에 눈길이 자꾸 가더라고요.”

○너무 어려 보여도 문제

대부분의 사람이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는 외모를 걱정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대기업 D사에 근무하는 안 과장은 나이보다 앳된 외모 때문에 오해받은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애가 둘인 30대 후반의 가장인 그는 언뜻 보면 20대 후반처럼 보인다. 30대 후반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얼굴이 하얗고 피부도 좋은 편이다. 몸에 착 달라붙는 화사한 색상의 캐주얼 정장을 즐겨 입는 것도 안 과장의 나이를 가늠할 수 없게 한다.

평소에는 회사 여직원들로부터 ‘꽃미남’으로 불리며 인기를 독차지하지만 비즈니스 미팅 때만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몇 달 전 협력업체 간부들과의 미팅에 참석했는데 그를 보자마자 해당 업체 부장은 언짢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안 과장의 얼굴을 보고 사원급이 회사 대표로 미팅 자리에 나왔다고 생각한 것. 명함을 주고받은 후에 오해는 풀렸지만 그 뒤부터 안 과장은 나잇값(?)을 하기 위해 비즈니스 미팅 때 일부러 ‘노티’ 나는 검은 양복을 입는다. “나이에 비해 한참 어려 보이니 업무상 미팅을 할 때 상대방이 왠지 신뢰하지 못하는 것 같더라고요. 너무 어려 보여도 문제라니까요.”

○안경 하나 때문에 인상이 …

대기업 전자계열사에서 일하는 강씨는 몇 달 전 라식 수술을 받았다.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탓인지 그의 시력은 대학교 때부터 양쪽 모두 0.2~0.3 수준. 강씨는 ‘안경을 쓰면 나이 들어 보인다’는 생각에 집 안에 있을 때를 빼곤 절대로 안경을 쓰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밖에서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인상을 쓰면서 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런데 어느 날 같은 팀 부장이 강씨를 불러 조심스럽게 말했다. “회사에 무슨 불만 있나? 불만이 있더라도 그렇게 대놓고 드러내고 다니면 회사생활 제대로 할 수 있겠어.” 항상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강씨의 얼굴을 보고 부장이 오해한 것. “결국 그 다음주에 여름휴가를 내고 라식 수술을 받았습니다. 안경을 썼다 벗었다 하니까 시력도 나빠지고 인상까지 안 좋아진 것 같아요.”

외국계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애널리스트 박모씨는 눈이 유난히 양 옆으로 많이 찢어진 편이다. 날카로운 인상 때문에 고민이 많다. 그가 일하는 증권사의 주요 고객은 외국인 펀드매니저가 많은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대부분인데 이들에게 나쁜 인상을 줄까봐 걱정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알 없는 동그란 뿔테안경. 날카로운 그의 인상을 다소 순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유행 따라 면세점에서 안경테를 사 모으다 보니 명품 안경테만 10개가 넘는다.

문제는 인상은 좋아졌지만 또 다른 단점이 생겼다는 것. “안경 때문에 전에 없이 코를 찡긋거리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또 안경을 쓰지 않고 외출하면 어색해서 안경 없이는 생활하기가 힘들어졌어요.”

강경민/전예진/황정수/박한신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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