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수익률 7, 8%대의 기업어음(CP) 9000억원어치를 갚아야 하는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30일 일제히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CP 투자자들의 무더기 피해가 불가피해진 가운데 금융감독 당국의 관리감독 소홀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재계 순위 38위인 동양그룹은 이날 (주)동양과 비상장인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3개 계열사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동양은 보도자료를 통해 “자금 경색과 위기 여론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자산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며 “이를 보전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동양은 삼척화력발전소 사업권을 가진 동양파워와 동양매직 등 계열사 매각을 통해 채무 상환 자금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모두 불발로 끝나면서 결국 법정관리를 선택했다. 이날 법정관리 신청으로 이들 3개 계열사에 대한 대출 등 여신과 회사채, CP 등 모든 채권 채무는 즉시 동결됐다.
(주)동양과 실질적 지주회사인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이 동시에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그룹은 사실상 해체 수순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양의 좌초는 구조조정 대신 동양증권을 통해 고수익 CP 등을 발행하면서 연명한 것이 화근이었다는 분석이다. 동양이 발행한 2조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와 CP를 사들인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동양증권 창구에서 동양그룹 계열사 회사채와 CP를 산 개인 투자자가 4만9000명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물론 설명 등이 충분치 않은 불완전 판매가 아니라면 ‘고위험-고수익’ 상품을 선택한 투자자들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이 자체 상환 능력이 없는 가운데 고수익 CP를 대규모로 발행했다는 점에서 금융감독 당국은 감독 소홀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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