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인생은 길이다. 시 ‘길 C’에서 그는 거미줄을 보며 노래한다. 하지만 길은 항상 불분명하다.
‘지뢰, 들어가지 마시오//최전선 전방/그런 푯말 앞에 서보면/거짓말처럼 내 삶의 최전방에도/이런 구절 하나쯤 저절로 간절해진다/누가 미리 헤쳐보고/찔러보고 살펴본 다음/(…)/직진하시오 돌아가시오/친절을 베풀어 준다면/(…)/어찌하여 우리 지나온 발자국 뒤로/이게 아닌데 그게 아닌데/약 오르는 푯말만 뒤통수 날리는지/자꾸자꾸 야속해진다.’ (‘미확인 지뢰지대’ 부분)
삶은 아픔이기도 하다. 지난 편지는 이를 환기시키는 도구다.
‘바람도 없는 검은 창가에서/오래전 문전박대를 당한 편지를 읽는다/그때의 그대가 지금의 그대가 아니듯/나도 그때의 내가 아니다/(…)/미래 또한 아직 남아 있는 과거에 불과하다고’ (‘남아 있는 과거’ 부분)
그를 위로하는 건 ‘가을 강’이다. 멈추지 않는 강을 보며 시인은 삶이란 원래 서러움이라는 걸 안다.
‘흐르다 흐르다 지쳐버리면/때로는 멈추고 싶은 것을,/멈춰버리고 싶은 마음까지를 밀고/가을 강은 흐른다//우리 살아가는 동안,//이유도 없는 설움이 터져/타는 듯 붉은 가을 강가에 앉아보면/누구의 잘못도 아니란 걸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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