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두 개의 도쿄 올림픽

입력 2013-10-01 18:16   수정 2013-10-01 22:04

오춘호 논설위원·공학博 ohchoon@hankyung.com


일본이 처음 만든 TV는 1952년 샤프에서 개발한 14인치 흑백수상기였다. 세탁기 냉장고와 함께 삼종의 신기(神器)라고 불렸다. 이 TV는 당시 가격으로 17만5000엔,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하지만 1956년에는 7만6000엔으로 4년 새 가격이 60%나 떨어졌다. 기업들의 가격 경쟁과 정부 지원이 주효했다. 그 덕으로 1956년 10%에 머물렀던 보급률이 1964년 87.8%까지 치솟았다. 불과 12년 만에 일어난 일이라고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배경에는 물론 1964년 도쿄올림픽이 있다.

도쿄올림픽은 ‘TV 올림픽’이라고 불릴 만큼 미디어로서 TV가 중요한 역할을 한 올림픽이다. 위성으로 세계에 첫 생중계된 올림픽이었으며 21개국에는 컬러 화면으로 송출되기도 했다. 여자배구 결승전에서 맞붙은 일본과 러시아 시합은 일본 전역에서 시청률을 98%까지 끌어올렸다. 전무후무한 대기록이었다. 실시간 컴퓨터 작동이 실험된 것도 도쿄올림픽에서였다.

64년 TV올림픽, 電子 패권 기틀

TV의 급속한 보급에서 촉발된 일본 전자 산업은 전자 부품을 비롯한 관련 업종을 세계 최강으로 일궈냈으며 1960~70년대 일본의 고도 경제성장기를 견인했다. 일본 경제는 올림픽 이후 1년간 구조조정기를 거쳐 1966년부터 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10%대가 넘는 고도성장을 구가했다.

이런 도쿄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던 총리가 기시 노부스케이며 그의 외손자가 바로 아베 신조 현 총리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월 성장전략회의에서 한국에 뺏긴 전자 산업의 패권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제4의 화살’로 규정하고 도쿄를 전략 특구로 삼아 각종 규제 완화와 정부 지원을 약속했다.

아베는 아예 한 걸음 더 나아가 전자 산업의 첨단으로 꼽히는 시스템 산업의 개발과 보급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의료 우주 방재 에코시티 등 여러 업종에서 정보기술(IT)과 결합된 중후장대 산업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뉴욕 증권거래소 연설에서는 일본 고속철도 신칸센 시스템을 세일즈하기도 했다. 민간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앞으로 3년간 집중 투자기간을 정해 세제나 예산 금융 규제개혁 제도정비 등 모든 시책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2020서 옛 영광 되찾기 안간힘

TV 산업에서도 NHK는 첨단 TV 제품인 8K 초고화질(UHD) TV를 2020년에 세계 처음으로 본방송할 것이라는 플랜을 내놓고 있다. 최근 일본의 TV 방송 프로그램에선 세계 여자배구 경기시합을 중계하면서 1964년 도쿄올림픽 향수를 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2년간 4만명을 감원한 파나소닉에 이어 도시바가 1일 TV 사업부 인력 3000명을 감축하고 중국, 인도네시아, 폴란드에 있는 3개 TV 공장 중 2개 공장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작 전자 업체들의 발빠른 회생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전자부품 업체들은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일본 경제가 살아난다는 시그널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과연 일본 전자 산업의 저력이 올림픽을 계기로 다시 일어날 것인지, 아니면 반짝 경기에 그칠 것인지 궁금하다. 아마도 한국의 전자 산업이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아베 총리는 도쿄올림픽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관람객이 가장 많을 나라는 한국과 중국이다. 일본은 과연 올림픽을 혼자 치를 것인지.

오춘호 논설위원·공학博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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