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인천 그랜드 하야트 호텔에서 열린 아발론 발표 행사에서 나카바야시 사장은 차값에 대해 "정말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고민의 흔적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우선 고급 사양을 대거 적용했음에도 경쟁 모델로 꼽히는 제네시스 BH330 프리미엄(5030만원)보다 가격을 낮게 잡았다.
한국도요타가 야심차게 내놓은 아발론은 북미 시장에 시판중인 XLE, XLE 프리미엄, XLE 투어링, 리미티드 등 4가지 트림 중 최고급형(리미티드)이다. 여기에 정전식 터치 방식의 오디오·에어컨 시스템, LED 주간 주행등, 요추 받침대가 장착된 시트, 한국형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편의 사양이 더해졌음을 감안하면 공격적인 가격 책정이다.
렉서스 ES300h와 가격대가 겹친다는 일각의 우려도 도요타 입장에선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회사 측은 렉서스와 브랜드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고객층이 겹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나카호 토시히로 아발론 부수석 엔지니어는 "아발론과 ES300h는 모두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차고 사이즈도 비슷하지만 브랜드의 포지셔닝이 전혀 다르다"며 "한국 시장에서는 좀 더 지켜봐야 겠지만 미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서로 다른 고객층에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우려에도 착한 가격 전략을 내세운 것은 신형 제네시스의 출시에 앞서 대형 세단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올해 말 출시 예정인 제네시스는 5년 만에 선보이는 풀체인지 모델로 4륜 구동 모델도 포함될 예정이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대형 세단 시장은 경쟁이 치열한 만큼 연간 360대로 보수적인 판매 목표를 잡았다"면서도 "판매량 자체보다도 국산차를 타는 고객이 아발론을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요타의 가격 전략에 대한 자신감은 상반기 판매 성적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5월부터 주요 차종에서 현대차보다 가격을 낮춰 잡아 그 효과를 톡톡히 본 것.
지난 5월부터 캠리와 프리우스 등 주력 모델을 300만원씩 할인하면서 현대차 그랜저, 쏘나타 하이브리드보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웠다. 이를 통해 국산차를 고려하던 고객을 끌어들여 월 판매 1316대로 국내 진출 이후 최대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도요타의 착한 가격 전략이 제네시스, 그랜저 등 국산차가 점령하고 있는 대형 세단 시장 공략에도 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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