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잡셰어링

입력 2013-10-02 17:10   수정 2013-10-03 01:20

일에 치인 사람들과 일이 필요한 사람들
두 부류 모두 행복하게하는 묘안 될수도

이은정 한국맥널티 대표·여성벤처기업협회장 eunjlee@mcnulty.co.kr



지난주 어느 컨설팅기업이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표했다. 2030년 한국 노동자의 평균 급여가 세계 1위로 오른다는 전망이다. 이런 반가운 일이 어딨을까 싶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젊은 세대의 감소로 가용 노동인구가 줄어든 데 따른 결과다. 2030년이면 지금 대학을 졸업하는 청년들이 한창 일할 40대 중반이 될 시점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그들의 실업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세계 최고 연봉을 받을 주역들이 취업전쟁 중이라니, 아이러니하면서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통계가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OECD 회원국 중 2위인 데 반해, 노동생산성은 최하위 수준이다. 노동의 질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과거 노동의 차별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였다면, 이제는 취업과 실업의 문제다.

지난 정부에서 활발히 추진됐던 잡셰어링(job sharing) 카드를 재검토하는 것은 어떨까. 잡셰어링은 근로자들의 근무시간과 임금을 줄여 고용을 확대하는 정책이다. 일을 쪼개 일자리를 늘리자는 얘기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의미있는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현재 시간제 근로의 90% 이상은 임시직 또는 일용직이다. 고용률은 높아졌지만, 고용의 질은 좋지 않다. 임금 삭감이나 정규직 축소의 수단이 되기도 했다. 질적인 부분에 대한 고려가 없었던 것이 문제다.

대졸 미취업자는 물론, 경력이 단절된 주부 그리고 은퇴 세대들이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잡셰어링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미래 주역인 청년들은 업무수행 능력을 키워갈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여성들은 가사와 육아를 위한 시간을 얻으면서 경제활동이 용이해질 것이다. 실버세대는 사회에 기여하면서 여유있는 노후를 누릴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복수의 파트타이머로부터 다양한 아이디어와 재능을 얻을 수 있다.

물론 고용 확대로 인한 보험 등 비용 증가 부담은 정부의 보조가 필요하다. 잡셰어링이 성공하려면 고용안정이 우선이다. 임시직이 아닌 정규직이어야 한다. 사내복지나 교육훈련, 승진에서의 차별도 없어야 한다. 풀타임에서 파트타임으로, 다시 풀타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근무유연성도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과중한 일로 지친 사람들과, 일이 필요한 사람들로 양분돼 있다. 두 부류 모두 행복하지 않다. 이들이 서로 일과 시간을 나눌 수 있다면 그것이 건강한 복지일 것이다.

이은정 < 한국맥널티 대표·여성벤처기업협회장 eunjlee@mcnulty.co.kr</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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