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일자리 미스매치] "中企 다니면 맞선도 힘들다" 사회적 편견에 구직자들 외면

입력 2013-10-02 17:11   수정 2013-10-02 22:42

인력난 시달리는 중소기업
"키워 놓으면 빠져나가" 中企사장들 하소연
"대기업 임금상승률 낮춰야" 파격 주장도




경기 반월산업단지에 있는 제이미크론(사장 황재익)은 휴대폰 부품 등에 0.1마이크로미터(㎛·백만분의 1m) 수준의 초박막 금을 입히는 정밀 도금 업체다.

이 회사에 들어서면 두 가지에 놀란다. 우선 작업환경이다. 이 회사는 도금업체지만 먼지나 냄새, 폐수를 찾을 수 없다. “작업환경을 호텔급으로 만들었다”는 게 황재익 사장의 자랑이다. 두 번째는 보상체계다. 이 회사 생산직 초봉은 연 2600만~2800만원(잔업 포함), 팀장급은 6000만원대다. 웬만한 중견기업 못지않다. 공부를 원하면 대학이나 대학원 학비도 대준다.

○1990년대 이후 중기 일손 부족 심각

하지만 ‘훌륭한 근로 환경’을 갖춘 제이미크론도 일손이 항상 모자란다. 전체 인원이 180명인데 10명 이상이 부족하다. 그나마 매년 40~50명씩 빠져나가 충원하기가 쉽지 않다. 황 사장은 “아무리 좋은 환경을 만들어놔도 중소기업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오는 사람이 없고, (인재로) 키워놓으면 대기업으로 빠져나가기 일쑤”라며 “기술 축적은 요원한 바람일 뿐”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인들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인력 상황이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1990년대 인력난은 ‘일감이 늘어나면서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1990년대 말 외환위기에서 벗어난 뒤부터는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시장이 개방되고 대기업이 해외로 진출하면서 구직자들이 대기업으로 몰리는 현상이 심각해진 탓이다. 반면 중소기업은 오려는 사람이 없어 일손이 모자라는 ‘인력 미스매치’ 상황이 본격화됐다.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문제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기 구인난의 근본적 원인은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 숙련도, 일자리 정보의 미스매치”라고 설명했다. 이 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임금 격차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중소기업 임금은 66.7%에 불과하다. 사회보험 가입 등 복지 수준도 대기업의 52.6% 수준이다.

전현호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가 워낙 크다 보니 중소기업에 오려는 인력도 적고, 어렵게 뽑아놔도 금방 대기업으로 가는 게 현실”이라며 “임금 격차가 해소되지 않는 한 중기 인력난 해결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중기 근로자 10명 중 2명이 대기업으로 빠져나가고, 3~5년차 대리급의 51.8%가 이직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우자를 찾을 때 공무원이나 교사, 공기업 또는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을 선호하는 것도 문제다. 취업을 하려는 대학생 중에는 “비수도권에 있는 중소기업에 근무하면 맞선보기도 힘들다”며 “차라리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낫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에 취업하기보다는 1~2년 취업 재수를 해서라도 공무원이 되거나 대기업에 가라고 권유하는 부모들도 많다. 중소기업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는 것뿐만 아니라 취업 희망자와 부모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보 비대칭 해소해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경제장관회의에서 “대졸 미취업자 30만명과 중소기업 부족 인력 27만명을 어떻게 적절히 연계하느냐에 따라 중기 인력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의 지원과 정보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기 인력 대책을 종합세트로 내놓을 필요는 없다”며 “저임금 근로자가 많은 3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체 저임금 근로자(근로자 평균임금의 3분의 2 이하 계층)의 80.6%가 30인 미만 사업장에 분포돼 있고, 이들 사업장의 작업 환경이 특히 열악해 구인난이 심각하기 때문에 지원 대책이 집중돼야 한다는 얘기다. 최 연구위원은 “최소 기준을 지키는 기업엔 지원을 확대하되 그렇지 못한 기업은 점진적으로 퇴출되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어 선택과 집중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연구위원은 “많은 대졸 인력이 대기업 취업을 원하지만 일자리 공급에는 한계가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라며 “현실적으로는 대졸 예정자들이 졸업 전에 취업 가능한 중견·중소기업 리스트 5~10개를 확보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재광 광명전기 회장은 “대기업이 임금을 매년 너무 많이 올리기 때문에 (중소기업과)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것”이라며 “대기업의 임금 상승률을 낮추고 중소기업의 실질 임금을 올리는 쪽으로 획기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수진/김낙훈 기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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