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객으로 사는 서민들 삶 주인 대접한 게 제 소설"

입력 2013-10-02 17:13   수정 2013-10-03 02:37

30년 만에 대하소설 '객주' 10권 완간한 김주영 씨


“처음부터 끝까지 이 소설의 모든 주제는 바로 ‘밑바닥 인생’들입니다. 이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뭘 먹고 어떤 곳에서 자고 누구와 만났는지 등의 애환을 줄기차게 써 왔습니다. 제 자신이 가난했기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죠.”

평범하지만 위대했던 장돌뱅이들의 길을 따라 써내려 온 소설가 김주영 씨의 대하소설 《객주》가 1984년 서울신문 연재를 중단한 지 약 30년 만에 비로소 막을 내린다. 연재 중단과 함께 1권부터 9권까지 단행본으로 출간됐고, 김씨는 29년 만에 10권째(문학동네)를 완성해 세상에 내놨다.

《객주》는 작가 자신이 직접 조선 후기 보부상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들의 파란만장했던 역사를 찾아내고 이를 토속적 고유 언어로 옮긴 한국 서민문학의 결정판. 문학평론가 황종연 씨는 ‘한국의 서민은 고향을 잃어버린 대신 《객주》를 얻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씨는 “연재를 중단하고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객주’라는 주제를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철저한 자료 조사를 통한 연재를 고집하던 그의 강행군은 끝내 중단되고 말았지만, 마지막에 구상과 달리 임오군란에 연루된 주인공 천봉삼을 살려둔 채로 이야기를 끝냈던 건 객주의 완성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였다. 이때의 결정이 마지막 10권을 완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가 30년 만에 이야기를 완결지을 생각을 한 건 4년 전 경북 울진 흥부장에서 봉화 춘양장으로 넘어가는 보부상 길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어릴 적 자주 들어왔던 소금장수들의 이야기가 떠올랐고 울진의 옛 염전터를 찾아보자며 직접 길을 떠났다. 그리고 결국 옛 염전에서 나는 소금을 지고 십이령고개와 백두대간을 넘던 상인들의 이야기를 써냈다.

그는 “가난하고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객주를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난하기 때문에 애처롭지만 꿋꿋한 보부상에 관심을 가졌고, 많이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쉼 없이 역사를 공부하고 취재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객주》는 대통령부터 기업인, 장기 재소자 등에 이르기까지 널리 읽힌 것으로도 유명하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감옥에서 여러 차례 읽었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등 많은 기업인이 소설 속에 녹아 있는 상인정신을 언급했다. 먼 길을 떠나는 듯한 여정과 토속적인 색담(色談)으로 재소자들에게도 인기가 높았다. 작가는 고향인 경북 청송에서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청송에 있는 감호소에서 출소하는 사람들을 호기심에 기다려본 적이 있습니다. 한번은 새벽 네 시쯤 한 출소자가 나오더니 저를 보고는 담배 가지고 있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담배 한 갑을 통째로 건네줬더니 답례를 해야겠다며 보따리에서 주섬주섬 뭘 꺼내요. 정말 재미있는 책이라면서 주는데 보니까 ‘객주’ 1·2·3권이지 뭡니까.”

《객주》는 권력투쟁을 주로 그려온 한국 역사소설의 줄기를 백성의 이야기로 돌려놓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 소설 이후 《태백산맥》 등 서민사를 다룬 소설이 나오기 시작했고 조선 후기 상업사를 다룬 논문들도 쏟아졌다. 작가 스스로도 이 부분을 작품의 의미로 꼽는다.

“서민의 가슴을 어루만져 주고, 이들도 큰일을 할 수 있는 계층이라는 생각을 심어준 것 같습니다. 구석으로 밀려난 백성의 이야기를 복원한 것이 바로 《객주》니까요.”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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