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택시 기사와 목사가 하늘나라에 갔는데 기사만 천국으로 들어갔다. 목사가 “아니 왜 성직자인 저는 놔두고 택시 기사만 천국으로 보냅니까” 하고 따졌더니 “당신이 설교할 때 신도들은 모두 졸았지만, 저 사람이 차를 몰 때는 모두 기도를 드렸기 때문이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처럼 택시를 소재로 한 우스갯소리는 많다. ‘따블’ ‘따따블’을 외쳤던 서민들의 애환이나 우여곡절도 끝이 없다.
최초의 택시는 1896년 미국 뉴욕에서 영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아메리칸전기자동차회사가 전기차 200여대로 손님을 태워날랐는데, 마차보다 쾌적하고 조용해서 큰 인기를 끌었다. 2년 뒤에는 독일이 휘발유엔진 택시를 개발해 속도 경쟁에 나섰다. 지금처럼 미터기를 단 택시는 1905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 선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1912년 이봉래가 일본인 2명과 함께 ‘포드T형’ 승용차 두 대를 들여와 서울에서 시간제 임대영업을 한 게 시초다. 최초의 택시회사는 1919년 말 일본인이 세운 경성택시였다. 한 시간 전세료는 당시 쌀 한 가마 값인 6원이었다. 1921년에는 조봉승이 종로택시회사를 차렸다. 운행거리만큼 요금을 매기는 영업방식은 1926년 아사히택시회사가 일본에서 미터기를 들여온 뒤에 본격화됐다.
6·25 이후 1955년부터는 시발택시가 한 시대를 풍미했다. 최씨 3형제가 을지로 천막 안에서 드럼통을 두드려 만든 최초의 국산차였다. ‘첫 출발’을 의미하는 한자 ‘시발(始發)’을 한글로 풀어쓴 ‘시바-ㄹ’ 로고를 기억하는 사람이 지금도 많다. 개인택시 제도는 1967년에 시작됐다. LPG택시는 1978년, 하이브리드택시는 2009년에 도입됐다. 전국 택시 수는 광복 무렵 1570여대에서 현재 25만5000여대로 늘었다. 이 중 7만2418대가 서울에 있다.
서울 택시의 기본요금은 최근 20년 사이에 3배 정도 올랐다. 1988년 800원에서 1994년 1000원, 2001년 1600원, 2009년 2400원으로 2~3년에 한 번씩 300원가량 인상됐다. 다음 주말부터는 3000원으로 오른다. 요금이 오른 만큼 승차거부 신고 시스템을 개선하고, 미터기 조작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디지털운행기록계도 연말까지 의무화하겠다고 한다.
그렇다고 승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심야 시간대의 택시 전쟁이 완전히 사라질지는 미지수다. 웃돈 요구에 합승까지 강요하는 일이 하도 잦았으니까. 하긴 기사 탓만 할 것도 아니다. 성미 급한 승객들이 없었다면 ‘따블’이니 ‘따따블’이니 하며 택시를 불러 세운 촌극도 없었을 것이다. 웃지 못할 이 한국인의 역설을 어찌 설명해야 좋을지.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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