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LG패션 등 전략매장 잇단 개설
제조·직매형 의류(SPA·패스트패션) 업체인 유니클로는 지난달 서울 압구정동 점포를 재개장했다. 단순히 인테리어만 새롭게 단장한 게 아니다. 신제품을 가장 먼저 공개하는 전략매장으로 성격을 바꿨다. 주력 신상품을 1주일간 압구정점에서만 미리 판매하면서 시장성을 점검하는 마케팅 전초기지로 만든 것이다. 리복, LG패션 등도 최근 압구정동에 체험센터 등의 이름을 걸고 전략매장을 잇따라 내고 있다.
김지수 유니클로 마케팅팀 대리는 “청담동 가로수길에 밀려났던 압구정동이 패션 트렌드의 중심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잇달아 들어서는 1호점
리복은 지난 7월 아시아 최초의 ‘리복 클래식’ 단독 매장을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냈다. 젊은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다른 곳에선 살 수 없는 한정판을 대거 진열했다. 미국 화장품 아베다도 8월 국내 첫 체험형 매장인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압구정에 열었다. 이상미 아베다 이사는 “백화점과 달리 모든 제품을 써 보고 피부 관리, 스파까지 받을 수 있도록 공들여 꾸몄다”고 설명했다.
국내 업체들도 가세하고 있다. LG패션은 6월 ‘라움에디션’ 1호점을 압구정에 열었다. 기존에 운영하던 편집매장 ‘라움’에 비해 보다 젊은 감각을 강조한 매장으로, 유럽에서 들여온 최신 유행 상품을 두루 갖췄다. 코오롱FnC의 대형 아웃도어 매장 ‘컬처스테이션’도 압구정로데오역 근처에서 막바지 공사 중이다.
○복귀하는 압구정 삼촌들
지난해 10월 지하철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이 뚫린 뒤 유동인구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갤러리아 명품관의 대형 식품관 ‘고메이494’는 분당선 개통 뒤 방문자 수가 60% 늘었다. 이 회사 송환기 식음료 담당 상무는 “식품관 매출이 1년 전보다 25% 증가했고 주말엔 좌석 회전율이 20회에 달한다”고 밝혔다.
강남구청이 100억원을 들여 SM엔터테인먼트 사옥 일대를 ‘한류 거리’로 조성할 예정이어서 외국인 관광객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삼촌들의 압구정에 대한 향수도 패션업계가 주목하는 대목이다. 김인권 LG패션 상무는 “1990년대 말까지 젊은이의 거리로 불리던 압구정동에서 자란 세대가 이젠 중년이 됐다”며 “당시 패션을 리드한다는 자부심이 강했던 이들이 구매력을 갖춘 압구정동의 큰손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값싼 임대료도 장점
압구정동의 또 다른 장점은 인근 가로수길이나 청담동에 비해 임대료가 싸다는 것이다. 압구정 쇠락의 원인이 됐던 가로수길이 “개성이 사라지며 획일화되는데 임대료만 치솟는다”는 혹평을 받으면서 압구정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상권이 오랜 침체기를 겪으면서 로데오거리에는 권리금이 아예 없는 곳도 적지 않다. 가로수길의 평균 임대료는 로데오거리보다 많게는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브랜드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널찍한 매장이 필요한 패션업체들이 압구정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다.
양문영 코오롱FnC 마케팅팀 차장은 “압구정이 예전같지 않다고들 하지만 서울에서 대형 매장을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후보지 중 하나”라며 “패션업체들이 몰려드는 것이 상권 활성화에 긍정적 효과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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