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피터스 지음 / 김소희 옮김 / 푸른숲 / 432쪽 / 1만5000원
이성은 말리는 데도 감정이 북받쳐 심한 말을 쏟아내고는 자책할 때가 있다. 일단 저질러 놓고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며 후회한다. 종종 원하지 않는 생각과 느낌을 갖고, 때로는 정말 하고 싶지 않은 행동을 알면서도 하게 된다.
영국의 저명한 정신과 전문의인 스티브 피터스(셰필드 의대 교수)는 《침프 패러독스》에서 “이런 행동들은 당신이 한 것이 아니라 ‘침프’(침팬지의 영어식 줄임말)가 당신을 납치해서 벌인 일”이라고 말한다. 사람의 머릿속에는 우리가 통제하지 못하는 침프가 한 마리씩 들어 있고 이 침프가 대부분의 잘못을 저지른다는 것이다.
두뇌 속에서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침착하게 행동할 때는 ‘전두엽’이 작동하고,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일 때는 ‘변연계’가 활발하게 활동한다. 저자는 이성의 영역을 ‘인간’, 감정의 영역을 ‘침프’로 부른다. ‘인간’과 ‘침프’가 치고 받고 싸우는 곳이 마음이다.
침팬지는 인간보다 다섯 배나 힘이 세다. 이는 머릿속 ‘인간’과 ‘침프’에도 적용된다. 우리가 원하는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자신을 변화시키려면 힘센 침프를 어르고 달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침프는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최악의 적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침프 패러독스’다. 저자는 인생의 각 영역에서 침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상세하게 설명하고, 그런 침프를 다루고 관리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적시한다.
감정의 영역을 ‘침프’로 객체화해 관리 대상으로 삼는 접근 방식이 흥미롭다. 도식적이고 단순화한 측면도 있지만, 삶의 변화를 즉각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명쾌하고 간단명료한 논리로 풀어낸 자기계발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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