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CP 사태 후폭풍] 동양 CP 규제 1년4개월 '미적'…투자자 '피멍'

입력 2013-10-03 17:53   수정 2013-10-07 09:48

금융위 인사철 맞물리면서 관련법 개정까지 배로 걸려
동양증권, CP 불완전판매…금감원 안일한 대처도 논란




동양증권 임직원 200여명은 3일 서울 성북동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침묵시위를 했다. 전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제주지점 직원을 추모하기 위해 검은색 정장과 검은 넥타이를 매고 ‘동양시멘트 법정관리를 철회하라’는 현수막을 앞세웠다.

개인투자자들의 상담 문의가 빗발치자 금융감독원은 휴일에도 직원 40명을 투입, 수천 건의 민원을 처리하는 등 비상 근무했다. 지난달 30일 홍콩과 호주 출장을 떠났던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날 일정을 당겨 귀국했다. 동양 계열사 회사채·기업어음(CP) 부실 판매와 투자자 피해를 둘러싼 공방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건의에서 시행까지 1년4개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동양증권 계열사 CP 판매 규제를 1년4개월 미루는 사이 회사채·CP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위가 금감원의 개정 건의를 받고 실제 규정을 고치기까지 9개월, 시행까지 1년4개월을 끌며 늑장대응했다는 비판이다. 법 개정은 국회의 동의가 필요해 오래 걸리지만 일반 규정 개정은 3~5개월이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정부가 개정을 앞당겼더라면 4만6000여명의 2조3000억원에 달하는 동양 관련 피해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금감원은 2012년 7월 초순 금융위에 동양그룹 CP 관련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을 건의했다. 증권사가 투자부적격 계열사의 CP를 팔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내용이다. 동양증권 관련 규정 개정에는 9개월이 걸렸다. 당시 규정 개정을 건의받은 금융위는 인사철을 앞둔 7월이어서 의미있는 검토를 진행하지 못했다.

○작년 8월 처음 문제검토

8월 인사에 따라 담당 국장과 사무관이 교체되고 나서야 문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금융위의 인사 여파로 2개월이 그냥 흘러갔다. 9월 금감원은 계열사 CP 판매 관련, 동양증권에 ‘기관경고’ 제재를 내렸다. 금융위도 9월에야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에게 보고하고 규정 개정 논의를 시작했다. 금융위는 2개월이 흐른 11월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금융위는 보도자료에서 “2013년 초 규정 개정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규정 개정은 또 3개월 연기됐다. 입법예고기간이 끝난 2013년 1월 초부터 4월까지 규제개혁위원회가 심사를 끌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제도 시행에도 6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통상 3개월만 줘도 되는 유예기간을 6개월로 늘린 것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동양증권의 계열 CP 판매를 막을 경우 동양그룹이 어려워질 수 있는 것을 감안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약한 제재, 빠른 순환보직 문제

결국 금융위 인사로 동양증권 사태 인지가 늦춰진 기간 2개월,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로 늦춰진 기간 4개월, 제도 시행 유예로 걸린 6개월 등을 합치면 사실상 1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금융위가 규정 개정에 미적거린 배경에는 오래된 ‘빠른 순환보직 인사’ 관행도 자리잡고 있다. 통상 금감원은 국장급이 2년 이상 자리를 지키지만 금융위는 1년~1년6개월마다 주무 국장이 바뀐다. 금감원도 2011년 11월 동양증권 종합검사를 진행해 이듬해인 2012년 9월에야 계열사 CP 판매 관련 제재 조치를 내린 것은 늑장대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금융권에선 제재 수준도 ‘기관경고’가 아닌 ‘일부 영업정지’ 등으로 강하게 대처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동양그룹 사태를 계기로 국내 증권관련 제재 규정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비교해 한국의 증권 관련 제재는 빈도는 많으나 강도가 약한 것이 단점”이라며 “일부 증권사 임직원들은 금감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아도 수위가 약하다보니 영업을 한 것에 대한 ‘훈장’ 정도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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