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때 파라과이 이민…공무원 거쳐 투자컨설팅 CEO로 "한국기업, 中·日 덜 들어온 남미 공략해야"

입력 2013-10-03 20:00   수정 2013-10-04 03:31

6세때 파라과이 이민…공무원 거쳐 투자컨설팅 CEO로
한인차세대대회 참석 김준형 JKL 대표

한국인 최초 파라과이 공무원
오토바이산업 도입에 핵심역할
메르코수르 정부 대표도 맡아



“레슬링할 때 단신 선수가 거구를 이기려면 머리를 써야 합니다. 중국과 일본에 비해 경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이 세계에서 입지를 넓히기 위해선 제품 수출뿐 아니라 문화 교류 등 외교적인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합니다.”

5일까지 열리는 세계한인차세대대회 참석차 방한한 김준형 파라과이 제이케이엘앤어소시에이츠 대표(43·사진)는 3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중국 일본 등의 영향력이 아직 덜 미치고 있는 남미가 한국 기업인들에게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투자자문 업체인 제이케이엘앤어소시에이츠와 독일 물류업체 DHL의 브라질 법인 대표를 맡고 있다.

올해로 16회째인 세계한인차세대대회는 재외동포재단 주최로 차세대 동포들의 인적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매년 열리고 있다.

김 대표는 파라과이 내 한국인으로는 처음 파라과이 공무원(상공부 기획실·1998~2003년)으로 근무했다. 1976년 가족과 함께 파라과이로 이민을 간 그는 1990년 파라과이 대사관의 한국 대학 장학생으로 뽑혀 1996년까지 서울대에서 국제경제학을 전공했다.

김 대표는 파라과이 공무원 시절 남미 자유무역 블록인 메르코수르(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4개국이 1995년 무역장벽을 전면 철폐함에 따라 출범한 남미공동시장)의 협상팀에서 근무하며 파라과이에 최초로 오토바이 산업을 도입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당시 브라질이 주도하고 있던 자동차 산업이 주된 의제였는데 파라과이 경제현실엔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대신 오토바이 산업을 육성하자고 제안했다”며 “관련 법안을 만들고 중국에서 오토바이를 수입하는 현지 업체와 협력해 오토바이 생산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시 1개였던 오토바이 업체는 현재 6개로 늘어났다.

외국계에 대한 공공부문 개방 정도가 아직은 낮은 파라과이에서 공무원이 되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했다. 1년간 15개 정부 기관에 응시했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외국인이 잘할 수 있을까라는 주위 우려를 이겨내기 위해 남들보다 몇 배 더 열심히 일했다”고 회상했다. 김 대표는 오토바이 산업 공로 등을 인정받아 메르코수르 파라과이 정부 대표도 맡았다.

오랜 외국생활을 한 김 대표도 정체성 혼란의 시기가 있었다. 그는 “파라과이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같이 커 온 사람들이 외국인 취급을 하고 한국에서도 이방인으로 볼 때 소외감을 느꼈다”며 “2001년 세계한인차세대대회에 처음 와서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제 해외 동포들도 한국 정부에 기여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며 “앞으로 파라과이 정계에 진출해 한국과 파라과이 교류의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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