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영곤 현대로템 재경본부장
철도 신호체계 등 시스템 시장으로 영역 확대
차륜형 전투차량·입는 로봇…미래형 첨단무기 개발 박차
포드·GM·르노·닛산에 자동차 생산설비 공급
유라시아 철도 횡단 프로젝트, 故 정주영 회장 숙원사업
“철도와 산업용 플랜트, 방위산업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는 게 최대 강점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까지 수주 12조7000억원, 매출 11조원을 달성할 계획입니다.”
현대로템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영곤 재경본부장(부사장)은 회사의 장기 비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 부사장은 1982년 옛 현대정공(현대모비스)에 입사한 뒤 현대모비스 재정부 이사와 현대제철 경영관리본부 이사를 거쳐 2009년 현대로템 재경본부장을 맡았다. 재경 분야에서만 30년 넘게 일한 베테랑이다.
현대로템은 국내 유일의 철도차량 제작업체로 고속전철과 전동차, 자기부상열차 등을 만든다. 세계 35개국에 철도 차량을 납품할 정도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 부사장은 “브라질과 인도 터키 미국 등에 다수의 전동차를 수출했고 카자흐스탄에는 철도 신호시스템을 공급했다”고 전했다. 전동차 제작을 넘어 정보통신기술(ICT)과 접목한 철도 신호시스템 시장으로 사업영역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향후 차량 제작과 유지보수, 철도시스템 사업 연계를 강화해 세계 5위권 종합 철도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글로벌 철도 제작 시장의 경쟁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게 부담이긴 하다. 프랑스 알스톰과 독일 지멘스, 스페인 카프 등 세계 ‘빅3’ 업체뿐 아니라 후발주자인 중국 메이커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김 부사장은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우선 인도와 터키, 브라질 등의 공공철도 수주 실적 등에서 앞서 있는 만큼 앞으로 격차를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독립국가연합(CIS) 지역과 남미에서도 선전하고 있어 꾸준한 기술 개발과 함께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나간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부사장은 지난 8월 시운전 모습을 공개한 호남선 고속철도 차량에 대해선 “만반의 품질 관리로 최고의 제품을 공급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생산 중인 220량엔 KTX-산천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철저히 보완한 부품을 투입했다”며 “탑승객 수용 능력과 편의성을 크게 높인 차량을 만들어 승객들에게 보다 나은 만족감을 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현대로템은 부산에서 출발해 북한과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유라시아 철도 횡단 사업’이 본격 추진될 때에 대비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한 준비도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이 러시아 순방 중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이 사업에 대해 논의하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김 부사장은 “이 프로젝트는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꿈꿨던 숙원 사업”이라며 “2008년부터 러시아 철도청과 기술 교류, 세미나 등을 통해 기초 작업을 벌여온 만큼 국가 대표 철도기업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로템은 군 전력 증강에 기여하는 국가 방위산업체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1977년 미군의 M48 전차를 개조해 육군에 공급했고, 최초의 한국형 전차인 K1(88전차)도 만들었다. 2008년에는 신예 전차인 K2(흑표)를 개발, 터키 방산업체에 4억달러를 받고 기술 수출하기도 했다. 김 부사장은 “국가 국방사업의 목표가 ‘질적 우위 확보’에 있는 만큼 차기 차륜형 전투차량과 ‘웨어러블(wearable·입을 수 있는) 로봇’ 등 미래전에 대비한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로템은 공장자동화 설비와 제철설비 등 플랜트 사업도 갖고 있다. 김 부사장은 “자동차 생산설비 부문에선 프레스, 차체, 도장, 의장 등의 풀라인업 공급능력을 갖췄다”며 “모기업 현대자동차의 경쟁업체인 GM과 포드, 르노, 닛산 등에도 설비를 공급할 만큼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제철 설비 부문에선 연산 1200만 규모의 조강 생산능력을 갖춘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설비를 7년간 공급하면서 기술력을 쌓았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현대엔지니어링 현대건설 등 건설부문 계열사와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도 강조했다. 그는 “계열사간 협업을 통해 건설 관련 프로젝트의 기획 단계부터 운영 노하우까지 단일 플랜트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다”며 “현대건설의 베트남 몽즈엉 발전소 설비와 사우디아라비아 발전소 컨베이어 설비 등을 계열사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마무리했다”고 소개했다. 세계적 인지도를 갖춘 ‘현대차’ 브랜드가 수주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로템은 ‘이달 내 상장’을 목표로 삼고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IPO 업무를 총괄하는 김 부사장은 올해 초부터 주관사와 함께 미국과 유럽, 싱가포르에서 기업설명회(IR)를 열어 해외 투자자들에게 회사의 비전과 목표를 소개했다.
김 부사장은 “세계 최고의 중공업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안정된 재정적 기반이 필요하다”며 “기업공개를 마무리하면 금융비용을 줄이고 해외사업 기반도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대로템의 IPO엔 기관투자가뿐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시장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를 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로템은 올해 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힌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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