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공사 발주기관의 ‘부적절한 공사비 떠밀기’ 관행이 이번엔 사라질까. 건설업계에는 발주기관의 잘못으로 추가 공사비가 발생해도 건설사들은 관행적으로 떠맡아왔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설사들이 소송을 통해 곳곳에서 부적절 관행에 반기를 들고 있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항소심을 제기한 지하철 7호선 연장선 공사대금 소송도 건설사들의 이른바 부적절 관행을 깨는 ‘공사비 제값받기’의 상징적 송사로 부각되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2004년 말부터 지하철 7호선 연장구간 공사에 참여한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 12개 건설사는 141억여원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면서, 작년 3월 서울시(부천시 피고보조인)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해당 공사는 2011년 3월 완공 예정이었다. 하지만 부천시와 기획재정부가 제때 예산을 편성해주지 못하면서 21개월이나 완공이 늦어졌다. 당연히 인건비와 전기·수도료 등 각종 비용이 발생했다.
현재 국가계약법 시행령에는 발주처 문제로 공사가 늦어지면 추가비용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등 발주처들은 하위 지침에 관련 조항이 없고, 건설사들도 암묵적 합의 등을 이유로 사실상 돈을 주지 않아왔다. 기재부의 재가를 받아야만 비용을 늘려줄 수 있도록 한 ‘총사업비 지침’도 발주처들이 추가 비용 편성을 꺼려 온 요인이다.
하지만 지난 8월 말 서울중앙지법 민사27부는 7호선 연장구간과 관련해 서울·부천시 등이 추가 공사비 141억여원 전액과 이자를 건설사에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보상금액은 이자를 포함해 150억원(부천시 부담 142억여원)에 이른다.
건설업계는 환영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계약제도실 관계자는 “예산부족 등 발주처 책임으로 발생한 추가비용이 작년 말에만 전국 295개 현장에서 4200억여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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