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 기업인 CJ오쇼핑은 지난달 기업설명회(IR) 담당자 한 명을 공개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다. 경력직 모집에 증권사 애널리스트 수십명이 지원했다. 이 홈쇼핑 경력직의 연봉은 증권사 애널리스트에 비해 40~50% 적다. 이번 특별 채용에 서류를 낸 한 애널리스트는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연말에 재계약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뜻을 내비쳤다”며 지원 배경을 설명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의 꽃으로 통하는 연구원들이 경쟁적으로 연봉이 낮은 코스닥 기업으로 옮기는 것은 이전엔 볼 수 없던 현상”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의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주식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데다 ‘동양 사태’로 신뢰 위기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는 게 증권업계의 공통된 얘기다.
증권사 임직원들은 줄줄이 임금이 깎이거나 성과급을 자진 반납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임원 연봉을 30% 삭감했고, SK증권도 5% 낮췄다. KDB대우증권은 매년 8~9월 지급해온 하반기 성과급을 올해는 주지 않았다. 이 회사의 한 임원은 “한때 연봉의 30~40%에 달했던 인센티브가 한푼도 나오지 않았다”며 “성과급을 못받은 것은 10여년 만에 처음”이라고 전했다.
김창수 연세대 교수(한국증권학회장)는 “증권사들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위주의 쉬운 영업에 안주해온 탓이 크지만 자본시장에 대한 갖가지 규제가 위기를 불러온 측면도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재길/윤희은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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