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스포츠 문화 정착
獨 페텔, 우승컵 들어올려
누적 적자 1721억 큰 부담
내년 개최 시기도 불투명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머신(경주차)에서 뿜어져나오는 에너지에 흥분된 기분이 가라앉지를 않습니다.”
세계 최고 자동차경주대회 포뮬러원(F1)의 코리아그랑프리 결선이 열린 6일 전남 영암 삼호읍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KIC). 서울에서 F1을 보러 온 이연수 씨(29)는 경주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자리잡은 모터스포츠 팬 문화
최고 시속 300㎞를 넘나드는 22대의 머신은 물고 물리는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전날 예선을 1위로 마쳐 맨 앞자리에서 출발한 레드불의 제바스티안 페텔(독일)은 5.615㎞ 길이의 서킷 55바퀴를 1시간43분578의 기록으로 주파하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키미 라이코넨(로터스·핀란드)이 2위, 로망 그로장(로터스·프랑스)이 3위로 포디엄(시상대)에 올랐다.
‘쌔애애앵’ 하는 F1 경주차 특유의 고음에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F1 경기를 처음 관람했다는 이씨는 “머신의 굉음을 온몸으로 느끼기 위해 귀마개도 하지 않고 경기를 관람했다”며 “이런 즐거움을 진작에 알았어야 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2년 만에 경주장을 찾은 강윤규 씨(34)는 “F1 경기를 볼 때마다 새롭고 흥분된다”며 “앞으로 매년 빠지지 않고 F1 경주장을 찾을 계획”이라고 즐거웠다.
코리아그랑프리가 올해 4회를 맞으면서 모터스포츠 문화가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였다. 메인그랜드 스탠드 뒤편에 마련된 기념품 판매점은 좋아하는 팀과 선수의 티셔츠, 모자, 점퍼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개최 시기 미정…내년 대회 운명은
F1 코리아그랑프리가 올해 비교적 순조롭게 마무리됐지만 내년 시즌 계획이 불투명해 아쉬움을 남겼다. 우선 대회 개최 날짜가 확정되지 않았다. F1 대회 운영사인 포뮬러원매니지먼트(FOM)는 최근 F1 홈페이지를 통해 내년 시즌 스케줄을 발표하면서 코리아그랑프리 개최 시기를 4월25~27일로 앞당겨 놓았다. 원래 코리아그랑프리가 열리던 10월 첫째주에는 러시아에서 대회가 열린다.
코리아그랑프리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4월에 대회를 열려면 준비할 시간이 6개월밖에 없어 기업들에 입장권을 파는 등 마케팅을 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대회 일정을 미루기 위해 FOM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4년 동안 F1에 공을 들여온 박준영 전남지사의 임기가 내년 6월로 끝나는 것도 불안 요소로 손꼽힌다.
◆만성적자 해결이 관건
코리아그랑프리의 발목을 붙잡는 주범은 만성적인 적자다. F1 코리아그랑프리는 첫해인 2010년 725억원, 2011년 610억원, 지난해 386억원의 적자를 내며 지난해까지 총 1721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전남도 의회는 올해 대회 적자를 150억원 이하로 낮추지 않으면 내년 대회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고 선언한 상태다.
비용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FOM에 지급하는 개최권료다. 지난해 508억원(부가세 포함)의 개최권료를 낸 조직위는 올해 끈질긴 협상 끝에 이를 크게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적자를 200억원 이하로 줄인 것으로 추산되지만 아직 전남도의회의 기준을 맞추지는 못한 상태다.
영암=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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