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가전제품 도매업자 최모씨(43)가 인터넷 가전제품 판매 사이트 ‘그루빗’ 운영자인 빈모씨(34)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빈씨는 김모씨에게 명의를 빌려줘 그루빗이라는 상호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대금 결제에 필요한 예금계좌 명의도 제공했다”며 “빈씨는 김씨와 함께 매매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피고에 대해 명의 대여자로서의 책임을 주장했음에도 원심은 필요한 관련 심리를 다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2011년 12월 빈씨 명의로 사업자 등록된 그루빗에서 6500만원어치의 가전제품을 주문하고 대금을 송금했다. 하지만 빈씨가 물품을 보내지 않자 최씨는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빈씨를 사기 혐의로 형사 고소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냈다. 당시 340명으로부터 3억4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로 빈씨는 구속됐다. 빈씨는 검찰에서 “단순한 월급 사장에 불과하며 쇼핑몰 운영을 제안한 김씨에게 쇼핑몰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속았다”고 주장했다. 1·2심은 빈씨를 조사한 검찰이 “피고가 김씨와 공모해 사기 범행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취지로 ‘혐의 없음’ 처분한 사실을 바탕으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인터넷 쇼핑몰 상당수가 중소 규모여서 대표자 명의 대여 등이 적지 않다”며 “이번 판결은 업계의 편법적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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