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3] "스코틀랜드 소도시가 英 문화산업 메카된 것은 대학의 힘"

입력 2013-10-06 17:41   수정 2013-10-06 23:53

인터뷰 / 피트 다운즈 영국 던디대 총장

주민 2500명과 4계절 프로그램 공동개발
"크게 봐라"…건축을 환경학부에서 가르쳐
다른 영역간 협력 통해 '창조적 사고' 키워 " 약력



‘창조성(creativity)’은 경제성장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연관이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직접적인 관련은 없어 보이는 모호한 문제다. 이 문제에 대해 피트 다운즈 영국 던디대 총장에게 질문을 던졌을 때 그의 답은 예상외였다. “두 가지를 직접 연결하는 것은 잘못된 링크”라고 했다.

그의 설명은 이랬다. “디자인과 경제성장은 관계가 있다. 시장에 정확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디자인은 경제성장의 엔진이 될 수 있다.” 추상적 개념과 현실에 영향을 주는 개념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는 답변이었다.

다운즈 총장은 디자이너가 아니다. 그는 영국 스코틀랜드의 지방대를 이끌고 있는 생화학자다. 던디대는 1989년 그가 부임한 뒤 생명과학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 성장했다. 과학·예술·건축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고, 소도시 던디를 영국 문화의 메카로 자리매김하려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영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200대 대학에도 들어갔다. 한 지방대학이 도시의 성장을 이끄는 형국이다.

이 대학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다운즈 총장은 ‘창조성’이 직접 경제를 성장시키지는 않지만 창조성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 방식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는 11월5~7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3’에 참석해 6일 기조세션Ⅱ(지역대학, 창조경제를 견인하다)에서 영국의 창조경제에 앞장선 대학의 역할에 대해 소개할 예정이다. 다음은 다운즈 총장과의 일문일답.

▷한국은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 경제성장을 위한 새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영국도 이제 막 더블딥(짧은 경기회복 후 재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다. 영국이 추구하는 경제성장에는 디자인을 통한 성장이 포함돼 있다. 디자인은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고, 실제로 견인한다. 비즈니스에 새로운 통찰력을 불어넣고 업무에 ‘맥락’을 부여한다.”

▷교육이나 훈련을 통해 사람들의 창조성이 계발될 수 있을까.

“그렇다. 다만 창조성은 기술의 집합체(skill set) 같은 것이 아니다. 단순한 기술 훈련에도 창조성에 관한 내용이 일부 들어 있지만 완전히 새로운 것을 시도하게 되기는 어렵다. 창조성은 토론을 하고, 대화를 지속하고, 논쟁을 벌이는 와중에 계발되는 것이다. 학술적인 교육과정이라고 하더라도 전혀 새로운 영역과 맞닥뜨리는 일이 많아진다면 창조적인 사고를 할 여지가 늘어난다.”

▷대학을 넘어 지역사회에 창조성을 불어넣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

“던디대를 중심으로 웹사이트 ‘위 던디’(www.wedundee.com·사진)를 클라우드소싱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2500여명이 자신의 사진이나 이미지를 올리고, 던디에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을 놀라게 하는 게 뭔지, 어떤 점이 다른 도시와 다른지 설명한다. 영국 정부가 4년에 한 번 선정하는 ‘영국의 문화도시’로 뽑히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데, 지금 4강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선정 여부와 관계없이 이 모든 것이 도시의 자원을 쌓아가는 과정이다. ‘위 던디’ 사이트 운영을 통해 다섯 가지 테마를 찾아 사시사철 이어지는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또 병원이나 기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비즈니스의 씨앗을 뿌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던디대의 교육 방식은 무엇이 다른가.
“우리는 건축을 건축전공으로 가르치지 않는다. 환경전공(school of environment)에서 건축을 가르친다. 단순히 건물에 관한 것을 배우는 게 아니고 전체적인 도시의 모습, 사람들의 생활, 자연을 모두 염두에 두고 건축을 봐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서로 다른 영역 간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분야에서 성취를 이루는 경우도 많다.”

▷협력을 통한 성취의 예를 든다면.

“예술가, 디자이너, 과학자들이 협력해 고대 인물의 유해에 현대 성형의 기법을 적용하는 방법으로 실제 모습을 복원하는 ‘포렌식 작업’을 해왔다. 또 우리 대학의 생물학·제약·화학 연구진이 함께하고 있는 신약탐색 조직(DDU)은 유럽 대학 내에서 가장 뛰어난 초기단계 신약 개발 조직이다.”

▷신약 탐색과 관련해 이룬 성과는.

“아스트라제네카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회사들에서 5000만파운드(약 860억원)를 투자받아 수십배의 이익을 내는 신약 개발 성과를 돌려줬다. 서로 경쟁 관계에 있는 제약회사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경쟁이 시작되기 전 초기단계에 집중했고, 조합을 설립해 각 회사의 이해관계가 상충하지 않도록 조정했다.”

▷기업 등 다른 영역에서도 이 같은 성취가 가능하지 않나.

“대학은 ‘안전공간’이다. 이 안에서는 새로운 시도나 탐색이 훨씬 더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다.”

▷다른 대학과도 협력하는가.

“물론이다. 스코틀랜드 대학연합(SULSA)은 에버딘대 등 6개 대학의 연구진을 하나의 풀로 엮어 공동으로 연구 작업을 하고 있다. SULSA는 지난해 바이오테크 관련 회사와 대학이 한데 모여 신약 개발을 위한 기초연구를 하는 ‘유러피언 리드 팩토리’ 설립과 관련해 1억유로 규모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는 산파 역할을 했다.”

▷경쟁자들끼리 협력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서로 다른 영역’의 대학이나 연구진끼리 협동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 같은 영역끼리는 협력하기보다는 경쟁하려는 경향이 있다.”

약력

△버밍엄대 생화학 박사 △스코틀랜드대 교수 △던디대 학장 △스코틀랜드 대학협의회 회장 △영국생화학학회 운영위원장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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