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3] 부처간 '20년 영역싸움'에 유치원·보육원 통합 표류

입력 2013-10-06 17:44   수정 2013-10-06 23:57

올해 주제는 '벽을 넘어서' (5)·끝 학문간 장벽·기관 이기주의

중복예산 등 국가경쟁력 저하
"교수는 1인 城主, 협업 등한시"
포럼서 협업 성공사례 다뤄




정홍원 국무총리는 최근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 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을 관련부처와 사전 협의 없이 입법예고하자 강하게 질책했다. 부처 간 협업 부재와 기관 이기주의가 예산 중복 집행, 국민 혼란 등으로 이어져 국가경쟁력을 갉아먹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인재 육성과 활용에 관한 많은 현안도 관계 부처 사이의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년 넘게 표류하고 있는 유치원(3~5세, 교육부 관할)·어린이집(0~5세, 보건복지부 관할)의 통합인 ‘유보통합’ 문제다.

2000년 제임스 헤크먼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부 교수가 ‘유아교육 투자가 이후 어떤 시기의 교육보다 효율이 높다’는 논문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이후 주요 선진국들은 유아를 ‘보육’이 아닌 ‘교육’의 대상으로 보고 교육부 중심의 유아 교육 정책을 펴고 있다.

한국도 국제 조류에 맞춰 3~5세 과정인 누리과정을 도입했지만, 관할 부처는 여전히 이원화돼 있다. 일선 교사들은 “두 부처가 유보통합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주도권을 빼앗길까 우려해 교육부는 유치원, 복지부는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쉬쉬하게 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산학협력은 교육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창업은 교육부 미래부 중소기업청 등 인재개발과 관련한 주요 정책들도 정부 부처 간에 중복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는 국무조정실 주도로 부처 간 협업 활성화를 위한 20개 주요 과제를 선정했다. 첫 번째가 국가직무능력 표준 개발 및 활용(교육부 고용노동부), 두 번째가 유보통합(교육부 복지부) 등으로, 인재 육성 관련이 최우선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학문 간 장벽도 인재 육성을 가로막고 있다. 지난달 교육부는 한국사를 2017학년도 수학능력시험부터 필수과목으로 넣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다른 사회과목 학계가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지리학회는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것은 지리 문제이기도 하다”며 “역사학계가 걸핏하면 역사의식 위기론을 들고 나와 정부 지원을 독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계의 이 같은 분열은 학문 간 융합을 통해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야 하는 학계의 소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교수들이 자기 분야만 파다보니 다른 교수들과 같이 연구하는 방법을 모른다”(유기풍 서강대 총장), “교수는 1인 성주(城主)”(안국신 전 중앙대 총장) 등 대학 내 협업 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글로벌 인재포럼에서는 부처 이기주의, 학문과 학문 사이의 장벽을 넘어서는 방안을 모색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11월6일 특별세션Ⅲ은 영국의 8개 주요 예술대 총장이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대학 등의 협력을 통해 창조산업을 일궈낸 영국의 사례를 소개한다. 다음날인 7일 B2세션(조직 내 창의성 끌어내기)은 조직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인재들의 협업을 통해 혁신을 이끌어내는 방안을 집중 분석한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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