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스토리(24)]위치기반 앱 시장에 '돌직구' 던진 씨온…"내가 있는 곳이 중심이 된다"

입력 2013-10-07 11:04  

끝모를 불황의 터널에서도 남다른 노력과 혁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우뚝 선 성공기업들의 숨은 이야기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기자들이 취재현장에서 발굴한 기업들의 생생한 성공스토리는 독자 여러분들에게 도전과 위로가 되어 드릴 것입니다. <편집자 주>



"서울 신사동 부근, 오는 26일 오후 5시. 아이들 포함해서 단체로 15명이 가려고 합니다.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있었으면 좋겠고, 가능한 자리가 따로 구분돼 있었으면 합니다. 임산부가 있어 금연석도 꼭 필요해요. 예산은 20만원 수준입니다."

"안녕하세요, 신사역 부근 맛집입니다. 골목 안쪽에 있어 지나가다 잘 안보일 수도 있는데, 정말 맛있는 고기를 준비해 놓고 있습니다. 낙찰 후 방문하시면 10% 할인 혜택을 드리겠습니다."

안병익 씨온 대표이사(44·사진)가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에 던진 '돌직구' 돌풍이 심상치 않다. 론칭한 지 넉 달 만에 주간 약 1500여개의 직구(멘션)가 등록되고 있고, 주간 입찰건수도 1만8000여개에 달한다. 매주 400~500개 점포가 새로 발을 들여놓을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이용자가 약속 장소에서 방문할 매장 조건을 올리면, 인근 매장 점주들이 응찰 경쟁을 벌이는 역경매 방식과 위치기반을 접목시킨 서비스가 소위 통하고 있어서다.

이러한 '돌직구' 열풍은 안 대표가 위치기반서비스(LBS)란 한 우물만 팠기 때문에 가능했다.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모바일 시대에 위치정보 서비스가 결합되면, 상상치 못한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었다.

◆ 대기업 연구원에서 벤처기업 대표로…20년 '위치정보' 전문가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면서 내 자신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내가 있는 곳에서 바로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고, 또 제공받기를 원하게 된 것이죠. 위치정보 서비스가 기반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기존 위치정보는 '무단침해', '추적' 등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단어와 결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재미있고 유용한 서비스가 될 겁니다."

안 대표는 지난 20년간 '위치정보' 키워드에만 몰두해 온 전문가다. 1993년 KT 연구원으로 일을 시작한 것을 계기로 1998년 KT사내벤처 1호로 한국통신정보기술을 창업했다. 당시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 인터넷 지도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토대를 만들었다. 부모에게 자녀 위치정보를 SNS로 알려줘 인기를 끌었던 '아이서치'도 그의 작품이다.

그는 기세를 몰아 2000년 위치정보 솔루션 업체인 포인트아이를 설립했다. 2006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렸다. 그러나 너무 일찍 나섰던 탓일까, 쉽지 않았다.

"2000년부터 모바일 시장이 발전할 것으로 예감하고, 지도와 위치정보 서비스가 핵심이 될 것이란 생각에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위치기반 솔루션은 성장 한계에 봉착했죠. 해외 진출을 꾀하려 했으나 한국 기술이 가장 앞서 있어 이 마저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안 대표는 창업 9년 만에 포인트아이 매각을 결정하고, 숨을 골랐다. 그가 예감했던 시대 변화는 10년여 만에 찾아왔다. 2009년 국내에 아이폰이 첫 출시된 후 대중화에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사실 PDA는 스마트폰과 별 다를 바가 없는데 대중화에는 실패했거든요. 하지만 아이폰은 많은 사람들이 쓰다 보니까 세상이 바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까지 해왔던 위치정보 기술에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결합하면 가치 있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 역경매 앱 '돌직구', 1억2000건 데이터로 개발

위치기반 SNS '씨온(See On)'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안 대표는 2010년 4월 씨온을 설립하고, 같은 해 8월 '씨온' 앱을 출시했다. 구글 맵, T맵을 이용한 나의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주변 장소나 주변 매장의 정보, 할인쿠폰, 이벤트 등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했다. '씨온'이란 단어도 '내가 알고 있는 장소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페이스북과 싸이월드가 친구의 '일상'을 공유하고 트위터가 여론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 씨온은 한 발 더 나아간다. 이용자의 일상뿐 아니라 생성한 정보를 같이 나눌 수 있는 장터를 마련한 것이다. 씨온은 현재 누적 다운로드수가 460만에 달하며, 1억2000만 건이 넘는 체크인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사용자가 생성한 장소만 55만개다.

때문에 '씨온'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5월 말 출시한 '돌직구'는 '씨온'의 파생상품이기도 하다.

'돌직구'는 회식이나 연인 데이트 장소 등이 필요할 때 간단한 조건을 앱에 등록하면, 인근 매장 점주들이 실시간으로 각종 '덤'을 제공하면서 입찰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용자는 마음에 드는 곳을 선택해 예약하고 방문하면 된다.

'돌직구'에는 현재 5500곳 직구 매장이 등록했으며, 연말 1만 곳 이상의 매장이 등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씨온'을 기반으로 해 가능한 성과다. 이는 기존 소셜 커머스 업체와도 차별화된다.

"소셜 커머스는 '반 값'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오프라인에서만 판매됐던 상품들을 온라인으로 들여왔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그런 제품들은 광고 효과를 더 기대한 측면이 큽니다. 반면 돌직구는 이용자가 중심이 되는 독특한 방식을 택하고 있고 고객, 점주가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고 봅니다."

◆ "500만 자영업자 지원군 되겠다"

현재 '돌직구'는 무료로 서비스되고 있다. 씨온의 관심사가 전국 500만 소상공인과의 '상생'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 가맹점포는 서비스 이용료나 낙찰 금액에 대한 수수료를 내지 않으며, 매장을 소개할 수 있다.

"국내 소상공인의 폐점률은 연간 25~30%에 달하고, 2년 이상 생존률은 50%가 채 안된다고 합니다. 업종을 한 번만 변경해도 기존 투자비는 고스란히 날리고, 그간 적자도 감당해야 하죠.

일반 식당이나 자영업자들이 많이 만드는 전단지 시장은 2조원이나 되지만, 그걸 보고 찾아가는 손님은 0.02%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돌직구'는 판촉 활동을 원하는 점주와 다양한 혜택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연결매체가 되고자 하는 겁니다."

안 대표는 "단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보다 '문화'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도 했다. 실제 점주들이 '돌직구' 서비스를 돈을 내고 쓸 만큼 효과가 있다고 만족하면 월 2~3만원 수준으로 유료화할 예정이다.

대신 현재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골목대장' 서비스를 더 강화할 계획이다. 안 대표는 골목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소상공인 점포를 찾아내 씨온에서 무료로 홍보하고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다. 앞으로는 인력을 지원하거나 인테리어 공사를 지원하는 게 꿈이다.

현재 매출액 대부분은 점포주가 소비자에게 할인 이벤트를 알려주는 '씨온샵'과 카페베네, 버거킹 등 브랜드 제휴마케팅을 통해 나오며, 월 매출은 10억원 수준이다.

안 대표는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위치기반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품목을 여행과 숙박, 교통, 스포츠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장할 계획"이라며 "소상공인과 같이 성장하는 벤처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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