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셧다운 일주일…디폴트 우려 증폭, 베이너 하원의장에 '쏠린 눈'

입력 2013-10-07 17:05   수정 2013-10-08 01:39

법안 상정 등 의회 전권 행사
공화 중도·극우파 사이 고민
민주엔 "양보 먼저" 거듭 촉구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부 폐쇄)’에 이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마저 증폭되는 가운데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 의장(사진)에게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사태 돌파구의 열쇠를 베이너 의장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너 의장은 6일(현지시간) 셧다운 후 처음 언론에 입을 열었다. 그는 ABC방송에 출연해 “민주당이 재정적자 축소를 위한 복지예산 축소 등 광범위한 협상을 하지 않으면 연방정부 문을 다시 열지 않고 부채한도도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양보 없이는 잠정예산법과 부채한도 증액법 중에서 어느 것도 통과시킬 만한 충분한 표를 확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예산법안만 상정하면 통과가 가능하지만 베이너 의장이 극우파의 저항에 밀려 상정하지 않고 있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한 것이다.

정치권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공화당 내에서도 “셧다운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어 표결 시 잠정예산법이 오바마 대통령의 주장대로 통과될 수도 있다. 하지만 베이너 의장이 버티면 법안 상정은 불가능하다. 하원에서 다수당의 대표 격인 하원 의장은 본회의 개의, 법안 상정 등 의사일정에 대한 전권을 행사한다. 한국의 다수당 대표와 국회의장 역할을 겸하는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베이너 의장에게 꼼짝하지 못하는 이유다. 물론 공화당 의원 일부가 예산법 통과를 공개적으로 지지, 과반수(민주당+공화당 일부)의 찬성표가 나올 것이 분명해질 때는 베이너 의장도 어쩔 수 없이 법안을 상정해야 한다.

현지언론들은 “베이너 의장이 선택의 기로에 섰다”고 보도했다. “셧다운을 중단하고 디폴트를 막아야 한다”는 당내 중도파의 주장과 “건강보험개혁법(일명 오바마케어) 시행을 그대로 두고 협상을 하면 당신에게 등을 돌리겠다”는 극우파의 위협 사이에 샌드위치가 된 형국이다. 베이너 의장은 방송 인터뷰에서 “예산전쟁은 나의 선택이 아니라 공화당 의원들의 선택이었다”며 한발 물러섰다. 당내 기류와 여론의 추이에 따라 법안을 상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부채한도 상향 조정 시한(10월17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자 디폴트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신용부도스와프(CDS) 거래 추이를 분석, 5년 만기 미 국채 1000만달러어치를 1년간 보증하는 비용이 지난 4일 약 4만1165유로로 2주 전(2만1831유로)보다 2배가량 커졌다고 보도했다. 1년짜리 국채 CDS 비용은 2주 전 5125유로에서 지난 4일 5만3750유로로 10배가량 뛰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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