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判시대'…외고, 판사 임용 1~3위 '싹쓸이'

입력 2013-10-07 17:08   수정 2013-10-08 02:02

인사이드 Story - 법조계 '외국어고 돌풍'

2003년부터 10년간 분석
변호사 포함 법조인 수도 대원외고가 경기고 제쳐



대원외고 설립자인 이원희 전 이사장이 외국어고 설립 인가를 신청한 것은 1982년이다. 하지만 개교는 1984년에야 가능했다. 정부가 외고 형태를 허가해 주지 않은 탓이다. 개교 때 학교 이름도 ‘대원외국어학교’라고 써야 했다. 지금으로 치면 대안학교와 마찬가지인 ‘각종학교’로 분류된 셈이다.

당시 성적 우수자보다 외국어에 특별한 재능을 보이는 학생들이 주로 입학했다. 특목고로 지정된 1992년 대원외국어고등학교라는 명칭을 쓰게 됐고 초창기 졸업생들이 뛰어난 대학 진학 실적을 나타내면서 지명도도 올라갔다. 이후 명덕외고 이화외고 등이 꾸준히 생겨나면서 외고는 우수학생이 모이는 특목고로서의 위상을 높여왔다. 김일형 대원외고 교장은 “학생들에게 어느 분야로 진출하든 사회에 이바지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리더가 되라고 가르쳐 왔다”고 소개했다.

○법조계 외고 전성시대

대원외고는 개교 30년도 되지 않아 법조계에서 최대의 ‘파벌’을 형성하며 ‘외고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다.

7일 대법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3~2013년 임용된 판사 1959명 가운데 대원외고 출신이 97명(4.95%)으로 가장 많았다.

한영외고가 46명(2.35%), 명덕외고가 42명(2.14%)의 판사를 배출하며 2, 3위에 올랐다. 학성고(27명), 검정고시(26명)에 이어 대일외고(24명)가 6위를 차지했고 이화여자외고(18명)도 8위에 올라 판사 배출 10위권 고교의 절반이 외고로 집계됐다.

반면 과거에 가장 많은 법조인을 배출했던 경기고는 10년간 11명(0.56%), 경북고는 10명(0.51%)의 판사를 배출해 각각 15위와 22위에 그쳤다. 서울고(17명), 순천고(17명), 휘문고(13명), 광주제일고(11명) 등 전통의 명문고들도 과거에 비해 임용자 수가 확연히 줄었다.

대원외고는 판사뿐만 아니라 검사도 다수 배출해 경기고를 제치고 가장 많은 현직 법조인의 모교로 자리 잡았다. ‘2013년판 한국법조인대관’에 따르면 대원외고 출신 현직 판·검사는 129명으로, 유일하게 100명을 넘긴 고등학교로 나타났다. 반면 경기고 출신의 판·검사 수는 55명으로 대원외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김 의원은 “학생 선발권을 갖고 우수학생을 뽑을 수 있는 외고 등 특목고가 대학입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현상이 법조계로 이어지며 과거 전통의 명문고 출신 법조인 자리를 외고 출신이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행시 외시도 외고 두각

사법시험뿐 아니라 행정고시와 외무고시에서도 고교별 합격자 상위권을 외고가 독차지했다. 2011년에 부서 배치된 신임 사무관 297명의 출신 고교를 분석한 결과 합격자 수 상위 20위에 특목고가 11곳 포함됐다. 대원외고는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2006년에는 외시 합격자의 39%, 행시 합격자의 23%가 외고 등 특목고 출신으로 나타났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외국어 전문 인력을 육성하자는 취지로 설립된 외고가 설립 목적과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교육부는 최근 외고가 이과반을 만드는 등 편법 운영할 경우 인가를 취소하겠다는 강력한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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