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 푼다' 등 무리한 문제제기
증인 많아 말 한마디 않고 돌아가기도
“대기업 또는 대형 금융회사 회장 정도는 증인으로 불러세워야 소위 말하는 이슈를 터뜨릴 수 있다는 생각 아니겠습니까.” (A 금융회사 대관업무 담당 임원)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어김없이 재연될 것으로 예상되는 마구잡이식 기업인 증인 채택에 대해 재계는 물론 정치권 내에서도 강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단 부르고 보자’는 식의 정치 행태가 국회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는 민생 안정과 경제 활성화를 외치는 여야가 현안과 동떨어진 사안에 대해 증인 출석을 남발하면서 기업경영 의욕을 꺾고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7일 국회에 따르면 정무위원회를 비롯한 각 상임위원회는 삼성 현대차 LG 등 대기업 총수에서 부터 실무진까지 줄소환 할 예정이다.
문제는 현안이 많고 일정이 촉박한 국감에서 진상 규명이나 사실 관계 확인이 쉽지 않은 분야에 다수의 증인들이 채택됐다는 점이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취임 과정에서 논란이 된 낙하산 인사 의혹을 푼다는 명목으로 증인 명단에 올랐다. 김종준 하나은행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김양진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등은 금융지주사들이 은행 경영에 너무 간섭한다는 문제 제기로 증인 출석을 요구받았다. 이에 대해 업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은행장은 취임 과정에서 이미 낙하산 의혹에 대해 해명했고, 금융지주사의 은행 경영 간섭 문제 역시 국회가 증인 채택을 할 정도로 큰 이슈가 아니다”며 “매년 관행처럼 대형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8월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사 신고를 누락했다는 이유로 국회 증언대에 서게 될 조준호 (주)LG 사장에 대해서도 재계는 무리한 증인 채택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무자 단순 실수 차원에서 신고가 누락된 것인데 굳이 CEO까지 불러 사실 관계를 확인해야 할 사안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근거로 기업인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일도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신헌 롯데쇼핑 대표, 허인철 이마트 사장,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 등 유통업계 CEO들을 오는 15일 열리는 중소기업청 국감 증인으로 채택할 계획이다. 유통업체들이 점포를 내는 과정에서 주변 상인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상인 대표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것이 이유다. 유통업체들은 이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상생발전기금’을 조성해 상인 단체에 지원했지만 상인 대표에게 개인적으로 돈을 준 일은 전혀 없다는 게 유통업체들의 설명이다.
무분별한 국감 증인 채택에 대해 정치권 내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무위 소속의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국감에 참여하는 증인 숫자가 너무 많다보니 말 한마디 못하고 돌아가는 증인들이 상당수”라며 “확인 내용 중에는 구체적이고 상세한 내용이 많아 그룹 CEO보다 내용을 잘 아는 실무 책임자들을 부르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장용근 홍익대 법대 교수는 “국정감사는 기본적으로 행정부 지방자치단체 등 국가기관을 감독하는 것”이라며 “대기업 사장 등을 불러 국정감사 대상으로 삼으면 앞에서 면박을 주는 효과 외에 특별한 것이 없고 이를 통해 국회에 대기업이 불법적인 정치자금 등을 기부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호/박신영/유승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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