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9주년 - 독주하는 국회권력] "의원은 상대 압도하는 법안으로 승부해야"

입력 2013-10-07 17:18   수정 2013-10-08 01:52

최연혁 스웨덴 쇠데르퇴른대학 정치학과 교수


“국회의원들은 거리 투쟁보다 상대방을 압도하는 법안을 내놔야 합니다.”

최연혁 스웨덴 쇠데르퇴른대 정치학과 교수(사진)는 “의회 중심의 정치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입법 역량이 중요하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1997년 쇠데르퇴른대에 임용된 그는 스웨덴의 첫 한국인 교수다. 25년 동안 스웨덴과 한국 정치를 연구해왔다. 최 교수는 “의회 선진국으로 불리는 스웨덴 등 북유럽에서 의원들은 국민이 목말라하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의회정치에 매진한다”며 “반면 한국은 의회 밖에서 투쟁하고 국민에게 읍소하는 형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스웨덴 의회 특유의 ‘데시벨(db·음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이 낮은 정치’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웨덴에는 몸싸움과 고성이 없고 논리와 설득만이 있다는 것. 최 교수는 “스웨덴은 정치가 철저하게 의회 내에서 이뤄지며 치열한 토론, 장관과 총리를 난처하게 하는 송곳 같은 질문이 일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웨덴은 (의원) 수에 맞는 정치를 한다”며 “찬성 표가 많으면 통과하고, 부결되면 법안을 고치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 국회에서는 제대로 된 토론은 보이지 않고 몸싸움과 비방이 앞선다는 게 최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의원들이 목소리만 높일 것이 아니라, 그 시간에 정책 공부를 열심히 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의회 정치에서는 정책 장악력이 중요한데 스웨덴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정책에 대한 야당 의원의 대안법안 입안율이 여당을 압도한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 입장에서는 야당이 부족한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며 더 좋은 정책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야당의 활발한 입법 활동을 오히려 환영한다고 한다.

최 교수는 “최근 한국처럼 사회적 논의 없이 세금을 더 내라고 하면 누가 쉽게 납득하겠느냐”며 “한국도 의회를 통해 사회 갈등을 예방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스웨덴에서는 의회의 국가특별조사보고서제도를 통해 1~2년 동안 사회적 쟁점을 충분히 분석하고 국민에게 그 내용을 알리는 과정을 거쳐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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